후대에 전쟁의 불안 속 한반도를
물려주지 않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윤영진 사무장<br>​​​​​​​대추리 평화마을
윤영진 사무장
대추리 평화마을

얼마 전 다큐인사이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미래전쟁’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상대적으로 열세해서 누군가는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쟁 소식은 1년 넘도록 아직도 들려오고 있다. 방송 내용은 전쟁하면 떠오르던 탱크나 총기 등 재래식 무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데이터가 동원되고, 드론이 등장하는 최첨단, 새로운 미래 전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을 보면서 전쟁이 쉽게 끝날 수 없는 이유로 최첨단 전쟁무기와 함께 실험실로서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하루아침에 끝나는 전쟁은 없고 그 기간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고, 아픔과 상처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그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도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함부로 해하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란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그 안에 ‘누가 있는가’는 생각하지 않는다. 튀르키예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나자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많은 의미가 있는 형제의 나라이니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전쟁은 이후에 그렇게 기억되는 것이다. 누가 우리 편이었는지, 적이었는지.

전쟁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면서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참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혹은 방어라는 명목으로 전쟁연습 혹은 훈련을 한다.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국, 평택에는 상시로 전쟁훈련을 하는 미군기지가 있다. 일상적인 소음은 물론이고 가끔 한미연합훈련이 있을 때는 밤중이나 새벽에도 전투기 소리로 주민을 고통스럽게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무참히 죽어가는 양국 민간인과 군인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이런 소음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물론 당장 생사조차 불확실한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아직 한반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종전이 아닌 정전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는 끊임없는 군비 경쟁을 불러온다. 2019년 미국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방비는 44억 달러로 북한의 10배에 달한다. 2023년 국방비는 57조 원이다. 절대적으로 많은 군사비를 사용한다. 또한 한미연합훈련을 수시로 하고 있고, 주한미군이 지켜주고 있는 나라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종전과 다름없다면서 전쟁훈련을 하고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쟁이 멈추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사람이 멈추면 되는 것이 아닐까. 국제적으로 신뢰 있는 약속을 하고 조항을 만들어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불안 대신 신뢰와 평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래 한반도에서 살아갈 후대에 전쟁 불안 속 한반도를 물려주지 않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최첨단 미래를 물려주는 것보다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지금 한반도 종전 캠페인을 지지한다. 일단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전쟁 위험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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