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곳은
‘수장고’다

정선영 주무관평택시 미래전략과
정선영 주무관
평택시 미래전략과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깊이 숨겨두어, 알아차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로 알거나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마치 속 깊은 진심인 듯하고 아직 펼쳐지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볼 혜안을 기르고 그 가치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난 4월 19일 청암대학교 김인덕 교수의 ‘평택박물관 포럼’으로 그 노력을 이어갈 큰 지혜를 얻게 되었다.

평택에는 아직 박물관이 없다. 평소 다른 지역에 갔을 때 그 지역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하는 박물관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 있었다. 그래서 언론보도를 통해 평택시가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평택박물관 포럼’은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가지 못했지만, 이번 여덟 번째 포럼은 시간을 쪼개어 참석했다. 김인덕 교수의 강연은 ‘박물관의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박물관은 유무형의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전시 및 전달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영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다. 대중에게 개방되어 접근하기 쉽고 포용적이며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촉진한다. 박물관은 전문적이고 윤리적이며 지역사회의 참여로 운영되고 교육, 즐거움 및 지식 확장을 위하여 다양한 관객 경험을 제공한다” ICOM 국제박물관협회에서 정의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우리의 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강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사로 근무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박물관의 이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맞다. 우리는 박물관을 관람할 때, 겉으로 보이는 전시품에만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소중하고 화려한 전시품을 모으고, 보존하고, 관리하는 숨어있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물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수장고’라고 했을 때, 평택박물관이 얼마나 규모 있고 멋있는 건물이 될지, 얼마나 많은 전시품으로 채워질지만 기대했던 내 생각에 정말 중요한 것이 담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물관에는 전시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유물이 저마다의 이야기와 함께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지금까지 20여 곳의 박물관을 방문했지만, 수장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전시품들을 들여다보고 설명을 읽고 듣는 것만으로도 박물관의 ‘좋은 방문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박물관에 대해 알아가며 ‘방문자’가 아닌 평택박물관 건립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박물관은 과거의 그들과 오늘날 우리의 서사를 담아 미래를 잇는 곳이다. 그리고 박물관을 가장 박물관답게 하는 것은 수장고라고 생각한다. 수장고의 유물은 세심한 보존과 깊이 있는 연구의 과정을 거쳐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바로 그 과정이 박물관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까지 듬뿍 담아낸 평택박물관이 완성되는 그날, 이제는 ‘해박한 안내자’가 되어 모두에게 평택박물관을 한껏 뽐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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