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성병관리소 보존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50여 년 만에 소요산 성병관리소를 마주한 언니는 그 당시를 떠올렸다. 거대하고 무서운 건물로 기억하고 있었던 언니는 현재 낡고 초라한 건물 보며 성병관리소가 맞는지 몇 번이고 물었다. 소요산 성병관리소는 70년대 만들어진 건물로 정부가 성병 감염 진단을 받은 기지촌여성들을 그곳에 강제 수용해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감금했다.

최근 동두천시는 구 성병관리소 대지를 매입해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 발전 방안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해당 부지의 개발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두레방이 속한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동두천시민사회단체 외 여러 단체 그리고 기지촌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연대해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4월 7일 성병관리소 건물 앞에서 건물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경과보고와 여러 단체의 연대 발언이 있었는데 그 중 기지촌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발언이 인상 깊었다. 언니는 본인이 동두천 낙검자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당사자라고 밝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소요산 성병관리소 건물은 고통받고 감시받았던 피해와 기억을 치유하고, 기지촌 역사와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가난과 전쟁 때문에 50년 전의 본인과 같은 소녀, 여성들이 더 이상 희생당하거나 피해당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교육하는 건물로 새롭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미군 ‘위안부’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달러벌이로 국가가 조장한 기지촌에서 희생된 여성들이다. 지난 대법원 판결에서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하였던 원고들은 기지촌 운영·관리 과정에서 피고의 담당 공무원 등이 행하였던 위법한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로 인해 그들의 인격권,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이러한 피해는 원고들 모두에 대한 공통된 손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즉, 국가가 나서서 기지촌 성매매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로 원형 그대로 보존된 소요산 성병관리소가 남아있다. 그저 관광의 목적으로 건물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만 기억해야 하는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관 또는 박물관으로 조성해야한다. 이미 ‘경기도 기지촌여성지원 등에 관한 조례’(2020.4.29)에 따라 경기도 여성가족재단이 시행한 연구, ‘기지촌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 연구’(2020.12)에서도 “경기도가 구입해 경기도여성인권평화박물관으로 조성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만개한 벚꽃이 소요산을 가득 채웠지만, 언니는 벚꽃의 화려함보단 낡고 초라한 성병관리소 건물 앞에서 50여 년 전 무서움과 두려움에 떨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국가 폭력으로부터 희생된 여성들이 있다. 마지막 남은 성병관리소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 허무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기지촌의 역사를 기록해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건물 보존은 선택이 아닌 우리의 의무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