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농가가 다시 일어서도록
제도를 통한 지원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때

오인환 조합장평택원예농업협동조합
오인환 조합장
평택원예농업협동조합

이럴 수도 있구나. 처음은 탄식의 소리요, 다음은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한숨 뒤에 오는 절망의 되뇜이다. 지난 겨울,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그다지 춥지 않은 겨울을 보냈다. 나름 서민들에게는 높은 난방비 걱정을 덜 해도 되는 겨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예년 같으면 4월 10일경에나 만개하던 벚꽃이 3월이 다 가기 전에 흐드러지게 만개하였다. 벚나무에 꽃잎이 다 지기도 전에 배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3~4일 만에 온 밭이 하얗게 만개했다.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체리, 사과, 블루베리 등 여타 작물들도 마찬가지였다. 평년보다 보름 가까이 일찍 꽃을 피운 것이다.

날씨는 변덕스럽게 변화해 배꽃이 만개하면서부터 아침, 저녁으로 영하권에 가까운 쌀쌀한 날이 일주일 내내 지속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붕에 하얗게 서리가 깔려 있곤 했다. 낮 기온도 크게 오르지 못해 14~15도 사이로, 꽃들이 결실에 필요한 적정온도 18~20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

농가마다 냉해를 걱정하는 소리에 가슴을 졸이긴 했지만 그래도 피해가 이렇게 막대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하였다. 지금쯤이면 꽃잎 송이 송이마다 너덧 개씩 붙어 있어야 할 열매는 온데간데없이 전멸 상태로 무심한 나뭇잎만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다.

이렇게 열매 없는, 잎만 무성한 빈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탄식할 줄이야… 40년 과수영농을 이어 오면서 여러 풍파를 겪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하게 절망해 보기는 처음이다.

정확히 집계하기는 쉽지 않지만, 피해율이 70%는 족히 되리라 예견된다. 나뭇잎을 하나하나 젖히고, 들쳐가며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열매를 찾아 고개를 쳐올리고 나무 사이사이를 맴돌길 몇 날 며칠, 목이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그보다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절망감에 마음이 더 아프다.

혹한기에도 풍년농사를 꿈꾸며, 퇴비는 살포하고, 추위에 언 손과 발을 녹여가며 전정 작업을 하고,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해 인공수분에 정성을 쏟던 농가들이, 예년 같으면 지금 시기에 적과에 눈코 뜰 새 없을 농가들이 일손을 놓고, 망연자실 실의에 빠져 있다.

이제는 우리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재난 앞에 일손을 멈추고 허탈해 있는 피해농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반복될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비할 대책과 실의에 빠져있는 피해농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를 통한 지원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때이다. 속이 시커멓게 다 타들어 간 피해농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오월의 태양은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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