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함께 마음까지 촉촉한
행복한 어린이날이 있어서
5월이 참 좋다

권혁찬 전 회장평택문인협회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연이은 초여름 단비로 온 세상이 초록으로 우거지기 시작했다. 초봄의 파릇파릇함에 비하면 확연히 그 푸른빛이 짙어져 본격적으로 녹음으로 우거질 채비를 하고 있는 듯 상쾌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초췌했던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기지개를 켜면서 한입 두입 뾰족한 이파리를 내밀기 시작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애틋하였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변해가는 나뭇잎의 왕성함이 있기에 더욱더 푸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비가 걷히고 영롱하게 내리쬐는 햇빛 한 가닥조차도 남김없이 받아들여 광합성을 통해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듯 점점 더 넓고 크게 면적을 부풀리는 나뭇잎처럼 성장해 가고 있는 어린이날이 있어 5월은 더욱 푸르르고 상쾌해서 좋다.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어린이날 연휴를 울적하게 했다. 남쪽 지방에서부터 북상하는 빗줄기를 관망하면서 외출을 망설이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여행 일정에 금이 가려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미 준비한 일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채비를 갖추고 일단은 계획했던 삼척으로 출발했다. 아직은 빗줄기가 약하게 내리고 있어 현지의 요행을 기대하며 차를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국도 38호선을 따라 약 두 시간 정도를 줄기차게 달린 끝에 태백산을 넘어 영동지방에서 유명하다는 통리 오일장에 들렀다. 때마침 쏟아지는 비를 헤치며 장터로 향했지만 역시나 실망으로 점철되었다. 미리부터 예보된 비 소식에 상인들이 대거 불참하여 장이 이루어지질 않아 매우 서운한 마음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오늘이 어린이날인 만큼 비와 더불어 상인들도 휴식을 취하는 거겠지 생각하며 다시 가던 길을 가려 하는데 손녀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출발하여 할아버지 집으로 오고 있다는 전갈이었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손녀딸이 준비해 온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는 꽤나 많이 남은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오전의 계획을 말했다. 아들은 흔쾌히 우리 모두 다 같이 다시 출발하여 계획했던 여행까지 이루어 보자, 하며 삼척까지 되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오후가 바빠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시간을 예상하면서 계획했던 대로 해양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을까 점치며 달리기를 계속했다. 다행히도 삼척 부근은 아직 비가 도달하지 않아 문제없이 바이크를 즐길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5회 운행 출발이 오후 4시 정각이었는데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니 3시 45분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고 우리는 침묵했다. 과연 오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에게 행운이 올까 조용히 짐작하면서 첩보작전처럼 주차장에 도착했다.

서둘러 매표했고 드디어 우리는 두 대의 레일바이크를 나누어 타고 약 한 시간여 동안 해안을 따라 달렸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행복한 하루였다. 비와 함께 마음까지 촉촉한, 행복한 어린이날이 있어서 5월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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