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를 기릴 수 있는 동상이
주민의 힘으로 건립된다면
좋을 것이다

서경덕 운영위원장민세안재홍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서경덕 운영위원장
민세안재홍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지난 5월 11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리랑고개 사거리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평택 출신의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 선생의 국내 첫 동상 제막식이었다. 민세 선생과 돈암동은 소중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지낼 때 줄곧 종로구 평동에 기거하면서 국내 민족운동을 이끈 민세는 1941년 이곳 성북구 돈암동으로 이사 와서 살았고, 1950년 6·25전쟁 때 납북당할 때까지 이 지역에 머물렀다. 생애 아홉 번째 투옥인 조선어학회 사건, <조선상고사감> 집필, 해방 후 국내 민족지도자를 대표한 첫 해방연설, 국민당과 한독당 활동, 신탁통치반대운동, 좌우합작 위원, 미군정청 민정장관 취임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활동이 돈암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 동상 제막은 세 가지 측면에서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 동상은 돈암동과 민세 선생의 소중한 인연을 알게 된 돈암2동 주민들이 성북구에 요청해서 주민참여예산으로 건립했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성북문화원 등의 도움을 받아 위치와 건립 준비 작업에서 건립식까지 최대한 주민 의견을 반영했고, 앞으로 관리도 돈암2동주민자치회에서 맡게 된다. 민民의 소중함을 평생 일깨운 민세 선생도 아주 기뻐할 것이다.

둘째, 동상의 참신한 디자인과 상징성이다. 기존 역사 인물 동상이 대개 높은 기단 위에 세워져 위압적이며 편안함을 주지 못하지만, 이번 민세 동상은 저명한 미술평론가 윤진섭 성북미술협회장이 제작, 예술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젊은 세대에게 친근한 접근 방식을 택해 아리랑고개의 가치를 높여 성북구 명소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셋째, 지역 역사 인물 이야기의 정리가 지역 정체성 확립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성북구에서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역사장소 자산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와 자료를 축적해 왔다. 이를 통해 성북구와 관련 있는 안재홍을 비롯해 조소앙, 이육사, 정지용, 조병옥 등 여러 인물에 대한 재조명 작업에 힘써왔다. 이런 기반 위에서 주민 교육이 이뤄지고, 각 동 단위에서 관련 역사 인물에 대한 다양한 상징 작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민세 동상 제막에 참여하면서 평택지역사회에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현재 서울 성북구와 충북 제천시는 자매도시이며, 제천시는 평택시와 자매도시이기도 하다. 성북구 돈암2동주민자치회가 민세를 인연으로 해 평택과의 교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만큼 성북구와 평택시의 자매도시 결연도 검토하면 좋을 것이다. 제천시 출신 언론인 후석 천관우는 민세 선양에 크게 노력한 분이다. 천관우는 1970년대부터 선배 언론인 안재홍 자료를 모아 <민세 안재홍 선집>을 발간해 민세 학술연구와 선양사업에 기초를 마련한 사학자이자 언론인이다.

둘째, 이번 동상 제막이 주민참여예산으로 추진된 만큼 향후 평택에서도 민세 선생과 관련있는 장소에 시민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민세를 기릴 수 있는 동상이 주민참여예산과 같이 주민의 힘으로 건립된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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