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황새부부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평택시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행동을 기대해 본다

이경숙 이사장모이쿡협동조합
이경숙 이사장
​​​​​​​모이쿡협동조합

어느 날 지인에게 황새가 안중에 사니 ‘황새지킴이모임’에 회의를 참여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황새? 논에서 먹이 먹고 있는 새들 아니야?”라는 질문에 “황새는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 1급 동물이다”라는 등등의 말들을 쏟아 부으며, “회의에 참석할 수 있냐”라는 물음에, 한 번 가보겠다는 답을 하며 안중황새지킴이 모임에 참가했다. 그렇게 5월 3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내 모든 관심은 우리 마을에 이사 온 황새부부가 되어 버렸다.

황새는 서울대공원에서 1994년까지 살았던 암컷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멸종됐다고 한다. 이후 1996년 황새복원연구센터의 설립으로 황새복원사업이 시작됐으며, 거듭되는 시행착오 끝에 2002년 국내 1호 번씩쌍이 형성되고, 2마리가 인공부화 되면서 다시 황새가 날아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귀한 황새가 우리 마을에 이사를 온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있는 황새 16쌍 중 1쌍이 내가 사는 이곳 평택 하늘을 날아다니며 둥지를 틀고, 짝짓기하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C01’, ‘E45’라는 표식은 낯설지만 ‘호야’와 ‘양황’이란 이름의 부부 황새가 우리와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황새부부가 둥지를 틀려고 하는 곳은 바로 위험천만한 아파트 지붕이다. 아파트 지붕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기에는 추락, 충돌, 강풍 등 위험요소가 많아 번식하기에 적당한 장소 아니었다. 더욱 안전한 장소로 둥지를 틀 수 있게 둥지탑을 만들어야 했다. 한국조류협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이곳저곳을 알아봤지만,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우리는 시민의 힘을 모아 보기로 했다. 선전물도 만들고, 지역의 한 도서관 이름으로 통장도 개설하면서 시민 모금을 시작했다. 5월 4일 통장 개설을 시작으로 열흘이 안 된 5월 12일 기준 414만 5000원의 후원금이 모아졌다. 누군가는 평택시 관계자를 만나 둥지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수소문하고 다녔으며, 누군가는 사람들을 만나 황새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힘으로 세울 둥지탑을 생각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예로부터 황새가 오는 마을은 부자가 되는 마을이며, 황새가 군락을 이루면 큰 벼슬을 할 사람이나 만석꾼이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황새는 길조다. 황새부부의 보금자리인 둥지탑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황새와 백로도 구분 못 하는 나를 포함, 새에 대해서 전문적이지 않은 시민의 둥지탑 관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황새부부가 안전하게 보금자리 마련하기 위해서 평택시의 체계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둥지부터 만들자고 뛰어든 시민들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에서는 일부러 황새알을 가져와 황새를 키우며 생태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으로 이사 온 이 귀중한 황새부부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평택시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행동을 기대해 본다. 개발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 평택이 되길 기대하며, 황새부부와 함께 살기를 바라며, 용기 내어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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