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지난 5월 6일 주한미군 소속 F-16 전투기가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 농지에 추락했다. 몇 달 전부터 휴일도 없이 진행된 전투기비행훈련으로 주민 사이에 걱정과 불안이 감돌던 터였다. 전투기가 추락한 곳은 민가와 가까워, 자칫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사고 농지는 올 한 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됐고 그 피해 농가는 20여 가구에 달한다.

피해를 본 농가에 전투기 추락은 재난이다. 재난은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락 원인은 알 수가 없다. 사고 이후 평택시 관계자가 현장을 찾았으나 미군은 현장에서 출입을 막았다.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현장 조사에도 평택시 담당 공무원은 들어갈 수 없었다. 평택시가 TF팀을 구성해 미군과 회의를 진행했을 때에도 참석한 미군 관계자는 시종일관 묵묵부답默默不答이었다. 피해는 주민들이 입었는데 미군은 오히려 강압적이다. 현재 사고 현장은 사람 출입은 물론 주변 도로 진입도 막고 있다. 그 때문에 버스는 우회해 운행하고 있고 농가 주민들은 내 집에 가는 것도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 가능하다. 사고 이후 모바일 내비게이션도 현장을 우회해서 안내하고 있다. 

‘돈독한 한미동맹 70년’ 동안, 미군은 단 한 번도 자신들로 인한 사건·사고에 대해 피해보상을 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사고임에도 미국 정부가 손해를 배상하지 않고 모두 한국 정부가 배상했다. 우리 세금으로 배상한 액수만도 2020년 기준 약 671억 원에 이른다. 모두 ‘SOFA 주한미군지위협정’의 ‘독소조항’을 근거로 버티기 때문이다.

팽성읍 노와리 피해 농가는 배상심의위원회에 배상서류를 신청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배상서류를 작성하는데도 무척 까다롭고 시간이 걸린다. 서류 접수에  6개월 이상, 심의를 거치는 데 10개월 가까이 걸리니 보상을 받기까지 1년 6개월 정도 소요된다. 피해금액 산출이 어려우면, 국가배상소송으로 가야 한다. 배상소송은 최소 3년이 소요된다. 피해는 미군으로 인해 입었는데 모든 뒷감당은 주민들이 해야 하는 꼴이다.

이번과 같은 미군 관련 사고가 발행하면 지자체 또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자체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며, 누구에게 권한이 있는지 마땅한 절차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자체도 미군 관련 사건·사고 처리 과정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사건 발생 후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 원인 파악과 그에 대한 조치를 책임 있게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미군이다. 하지만 그것을 요구하고 가능하도록 공동체의 역량을 조직하는 것은 지자체의 역할이다.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보호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간혹 “국가안보 사안이라 지자체는 권한이 없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가안보 사안 이전에 지자체는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행정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가 되었던 미군에게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 주민에게 설명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군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면 된다. 이런 과정의 축적이 제도와 절차를 만드는 과정이고 사회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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