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립박물관이
두 번, 세 번 찾고 싶은
평택의 랜드마크가 되길
두 손 모아 기대한다

임소정 주무관평택시 토지정보과
임소정 주무관
평택시 토지정보과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天象列次分野之圖 刻石’은 유실된 고구려 시대 천문도를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돌에 새기게 해 만들어진 유물이다. 최근 이 문화재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 빔프로젝터를 통해 전시실 공간에 별자리를 구현한 것이다. 각석만 전시했더라면 관람객은 그저 벽에 적힌 설명문만 훑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나, 과거 밤하늘 천문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5월 19일 제9차 평택박물관포럼에 ‘박물관 백배 즐기기’라는 주제를 들고 온 김충배 국립고궁박물관 전시과장은 이러한 전시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이다. 김충배 과장은 다음과 같은 세 개의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다. ‘문턱을 낮추고 품격은 높이는’, ‘바빠서 못 온 분이 있을지언정 몰라서 못 온 분은 없다’, ‘나의 생애와 함께하는 박물관!’.

천상분야열차지도 각석의 새로운 변신은 이 캐치프레이즈를 골고루 반영했다.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그 앎을 유도하는 과정인 ‘호기심’과 ‘소통’을 생략하고 무조건 공부부터 하라는 말부터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모를까 문외한인 보통사람이 아무런 호기심도 없이, 그것을 즐기는 과정 없이 무조건 전시에 집중할 수 있을까? 김충배 과장은 그것을 꼬집어서 말했다.

이어지는 내용도 놀라웠다. 최근 국내 박물관 트렌드는 과거 단순히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물의 ‘선택과 집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이다. 반가사유상 단 하나의 유물을 전시하는 방으로, 주위를 어둡게 하고 관람객의 오감을 반가사유상에 집중하게 했다. 유물에 대한 집중을 유도하는 것, 이 전시실의 성공비결이다.

그다음 소개한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시전 ‘안녕, 모란’, ‘고궁전시전’은 선택과 집중의 과정을 좀 더 확장했다. ‘고궁전시전’은 벽면에 커다란 화면을 통해 고궁의 사계를 구현했다. 많은 관람객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궁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goods 굿즈’ 상품까지 내놓았다. 관람객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추억하게 하는 기념품인 동시에,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이기도 하다. 특히, 굿즈 중 조선시대 효명세자가 자주 사용했다는 ‘사각유리등’은 가로등으로 활용되는 등 수많은 관심과 인기를 사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렇게 특별기획전을 자주 열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뛰어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과 재정적 뒷받침이다. 과거 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면서 전구를 교체하다가 추락해 다음 날까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는 김충배 과장의 아찔한 일화는 중소 지방 박물관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면을 시사했다.

평택박물관이 이러한 여러 요소를 고려해 훌륭한 박물관으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아미앵 성당처럼, 고궁박물관의 사각유리등처럼, 사람들이 두 번, 세 번 찾아가고 싶은 평택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길 두 손 모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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