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실패와 아픔을 경험하고
이겨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

공일영 소장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은 2020학년도 2만 5000여 건에서 2021학년도 4만 4000여 건으로 급증했다. 1년 새 무려 71%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한 청소년 자살률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정체성의 혼란이다.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 발달과 인지 발달로 인해 기성세대에 반항하며 독립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성인보다 어린이에 가까우며 재정적인 면에서도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자아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며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문제를 자문하게 된다. 그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사고의 반경이 넓어지지만, 정서적 불안과 기복이 심해진다.

둘째, 학업 스트레스다. 치열한 입시 경쟁의 각박한 현실로 인해 심각한 좌절감과 절망을 경험하게 되며, 우등생 중에서도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다.

셋째, 집단 따돌림이다. 청소년기는 집단 정체성 확립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의 소속이 좌절되었을 때 심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학교에서 따돌림, 희롱, 괴롭힘 등을 경험하게 되면 만성적인 정신적 외상을 초래해 자살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넷째, 가족 문제이다. 가족 관계의 문제는 불안정한 청소년의 정서를 더욱 악화시켜 자살 생각을 촉진할 수 있다. 부모의 이혼, 죽음, 잘못된 양육방식 등은 청소년 우울 및 자살 생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부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부정적 양육 경험 또한 청소년 자살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족의 낮은 경제적 수준, 부모의 알코올 중독 등 약물 문제 등도 청소년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중매체의 영향이다. ‘베르테르 효과’라고 TV에서 자살을 주제로 한 영화가 방영된 후 그 지역의 자살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현상을 말하는데, 자살 행동의 모방 현상을 일컫는다.

청소년 자살의 특징이 충동적이고 내적 동기보다 외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고, 꾸지람이나 외모에 대한 비관, 실연, 따돌림, 입시 실패 등 동기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의 관심과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회복 탄력성’이 매우 부족하다. 회복 탄력성은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부모의 지나친 보호와 울타리 안에서 성장해 온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이겨낼 힘이 매우 부족하다. 부모의 지나친 보호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만 소중하고 남의 아이는 어떻든 상관없다는 잘못된 생각이 모두를 병들게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관계를 회복하며 갈등을 중재하는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이 과정을 무시하고 법적 절차만을 따지려는 부모의 그릇된 판단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다시 일어설 힘을 빼앗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실패와 아픔을 경험하고 이겨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