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자치활동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중간지원조직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미 센터장평택시공익활동지원센터
강미 센터장
평택시공익활동지원센터

어느 날 공익활동지원센터로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환경단체를 소개해달라는 전화다. 사정을 물었더니 안중에 황새가 아파트 옥상 위에 산다고 했다. 둥지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를 열심히 나르고 있지만, 첫 번째 아파트에서는 독수리 연까지 동원해 황새부부를 쫓아냈고, 다시 옮긴 아파트에서 불안한 거주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당사자는 방송국 동물프로그램에까지 제보했고, 환경단체도 웬만한 곳은 다 알아봤으나 마땅한 곳이 없어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할 환경단체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왔다.

황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므로, 평택시에 도움을 요청하고 문화재청도 전화해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책임지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은 듯했다. 느닷없이 전화를 타고 날아온 황새 소식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하소연하는 시민에게 더 관심이 갔다. 여기저기 얼마나 연락했을지 답답함이 느껴졌고,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마침 황새복원센터 전문가가 인공둥지탑이라는 대안을 줬고, 생각보다 액수가 커서 놀랐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안중황새가족지킴이모임을 결성해 이 지역의제를 해결했다. 한 달도 안 되어 시민 130명의 힘으로 세운 인공둥지탑은 평택시에 기증되었다. 이 과정에 함께한 시민들에게 전해진 것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한 감동과 시민의 힘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이런 것이 지역의제이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모임이나 동료를 만들고, 실현방법을 찾고 행동한다. 인공둥지탑 기증식에서 정장선 평택시장이 “우리가 할 일은 시민이 먼저 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한 것처럼 평택시가 시민의 제보를 받고 척척 해결하면 좋겠지만, 행정 구조상 미리 책정되지 않은 사업과 예산을 돌발적으로 집행하는 것, 예측하지 못한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찾는 것부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애가 타서 여기저기 전화하며 소위 ‘뺑뺑이’ 돌림 당한 시민은 서운한 마음이 들겠지만, 담당공무원의 문제라기보다는 행정의 구조적 한계이다. 그래서 좀 더 시민에게 가깝게 위치하고, 행정보다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그 모든 업무를 수행하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그 구조 안에서 시민 친화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문적인 중간지원조직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고, 실제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행정과 시민 사이의 공백, 그리고 시민의 자치활동을 독려하고 촉진·확대할 수 있는 추진력을 전제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 변화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거대한 행정조직이 그 변화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 사이 공백의 몫은 변화의 흐름에 민첩한 중간지원조직이 맡아 시민들과 함께 가는 길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행정이 시 예산으로 집행한다고, 고유의 틀과 형식을 강요한다면 중간지원조직은 외면당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장점을 세울 수 있도록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중황새가족지킴이모임의 사례를 계기로 민·관이 상호 협력해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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