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위한 기념일이
공존하며 상생하는 가치 있는
기념일로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

김윤숙 사무국장평택시수어통역센터
김윤숙 사무국장
평택시수어통역센터

4월 20일 장애인의 날, 6월 3일 농아인의 날, 7월 4일 지적발달장애인의 날, 10월 15일 흰 지팡이의 날, 11월 11일 지체장애인의 날. 1년 365일 중 이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왜 기념일을 만들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변화를 기대하는 희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농아인협회에서 6월 3일 농아인의 날을 맞이해 ‘농인의 중심으로, 역동적 농사회, 변화와 주도’라는 슬로건으로 대한민국 농사회의 발전과 농인 중심의 주체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미래를 향한 도약과 변화를 모색해 나아가자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농아인협회 평택시지회도 평택시민과 함께 농아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평택지역 카페에 농아인의 날 기념 컵 홀더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커피문화가 일상이 된 한국사회에서 농인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부의 예시에 불과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다문화에 대한 관심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아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97년 농아인의 날이 제정되었다. 27년이 지난 지금도 수어통역을 하다 보면 많은 분이 동일한 질문을 한다. “농아인은 글로 써서 대화해도 충분하지 않아요? 농아인은 말은 못 하지만 들을 수 있지 않나요?”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되면 영어 자막에 단어만 보고 문장을 이해하는지 묻게 된다.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이 다른 것처럼 수어와 한국어 또한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원활한 대화를 한다고 볼 수 없다. 농아인의 고유한 언어인 수어가 있음에도 다수의 언어인 한국어에 지배받고 수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농아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관심이 없는 개인적인 성향이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사회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결국 당사자의 변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 복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3년마다 장애실태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장애실태조사를 토대로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당사자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농인 부모가 수어를 언어로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농인 자녀가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농인이 은행 업무나 보험 가입 시 유선으로 상담할 방법이 203개의 전국 수어통역센터가 아닌 손말이음센터 하나뿐인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도 요양보호사와 대화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어우러져 장애라는 편견으로 소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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