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인상률의 격차는
2022년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김기홍 위원장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지난 5월 24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2024년 최저임금으로 올해 최저임금 9620원보다 24.7% 오른 월 250만 8000원, 시급 1만 2000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곧 임금인 저임금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있다.

2023년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2년에 비해 5% 인상되었지만, 2022년에 물가상승률이 6%에 이르러 오히려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되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줄게 된다. 이에 따라 물가는 더욱 오르고 소비는 줄어들어 결국 일자리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소비 여력 즉 가처분 소득을 올려야 소비가 진작되고 물가가 낮아지고 일자리가 늘며 경제가 선순환하게 된다. 하지만,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은 곧 일자리 감소라며 근거 없는 엄포만을 놓고 있다.

6월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의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2월 14.3% 오른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인 13.1%나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년 전과 비교하면 먹거리 품목 10개 중 무려 8개의 물가 상승률이 10% 선을 상회했다. 

더욱이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23.2%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전달 23.7%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전기료는 25.7%, 도시가스는 25.9%, 지역 난방비는 30.9% 각각 올랐다. 

ILO 국제노동기구가 지난해 11월 30일 발간한 <2022~23 글로벌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월 임금이 작년 상반기에 실질적으로 0.9%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ILO가 <글로벌 임금 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한 2008년 이후 최초의 사례다. ILO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을 ‘명목임금 성장의 정체로 올해 내내 급등한 물가를 상쇄하지 못하고 실질임금이 크게 하락하면서, 저소득 노동자 가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계비 위기가 닥쳐온’ 시대라고 규정했다.

ILO가 “저임금 노동가구의 생계비 위기는 2023년 말까지 계속 글로벌 임금소득 동향을 지배하는 현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지속하더라도 저소득층의 생계비 압력을 완화하는 재정정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라고 권고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이 보고서를 보면 1999년 이래 지난 20년 넘게 52개 고소득 국가에서 임금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이래 52개 고소득 국가에서 노동생산성은 매년 1.2%에 상승한 데 반해 임금은 매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상승률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21세기 들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임금인상률의 격차는 2022년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즉, 노동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경영계가 상대적으로 더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월 250만 8000원, 시급 1만 2000원은 전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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