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내리는 보슬비에
촉촉이 젖어드는 품 넓은
가슴이 필요한 계절이다

권혁찬 전 회장평택문인협회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6월이 무르익었다. 태양의 빛깔이나 농염 정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여름이 분명하다. 절기상 하지에 이르러 하루해의 길이도 가장 길어졌다. 그만큼 더위의 농도도 짙어져 긴 여름날을 땀과 함께 보내야 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일기예보가 부정확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보란 반드시 적중해야하는 필연의 조건이 붙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미리 알아보는 것일 뿐 일기예보가 맞지 않았다고 따져 묻는 이는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적중률이 높은 일기예보일수록 우리들 삶의 여정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오히려 100퍼센트 정확한 일기예보를 한다면 세상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다난할 것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우리네 일상들이 여유와 양보란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이해관계 속에 경쟁과 마찰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 여름은 지속적인 장마와 폭염이 이어질 거란 예보가 생각난다. 7월과 8월에는 며칠을 빼고는 긴 장마가 이어질 것이란 예보 같은 소문도 있었다.

물론 몇 해 전 7, 8월 동안 긴 장마를 경험 한 적이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종일토록 내리던 비 때문에 여간 불편하고 괴로운 나날들이었다. 그 당시에도 일기예보야 당연히 있었겠지만, 불과 며칠간의 예보일 뿐 그렇게 긴 여정의 장마일 줄은 예측하지 못 했을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예보는 예보일 뿐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 삶의 여정도 어쩌면 여름날의 일기예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일들을 바탕으로 내일을 점쳐 보지만 그 결과 역시 일기예보처럼 적중하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누구든지 내일은 맑은 날, 포근하고 온화한 날, 화창하고 공기 질 좋은 날이 될 것이라 예보처럼 예측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지나고 보면 구름 낀 날처럼 암울했던 시간들도 있었고, 짙은 안개가 낀 새벽길처럼 앞이 보이지 않던 난해한 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해 두해 살아가면서 지리 했던 날보다 화창하게 맑은 날이 더 많았음을 돌이켜 웃으며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 일기예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의 빗나간 지난날이든 국가의 지나간 아쉬운 역사든 이웃과의 소원했던 지난날이든 모두가 빗나간 일기예보처럼 따져 물을 거리는 아니란 생각이다. 어쩌면 장마철 일기예보처럼 더러는 어긋나고 적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7월을 향해 달려가면서 얼마나 더 많은 일기예보가 어긋날지는 그야말로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예측하지 말고 다가오는 순리에 따라 우리의 일정을 맞춰 가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도 일기예보처럼 적중하지 않으므로 미리 예측하여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말 잔등을 가르는 여름 소낙비를 예보하기란 참으로 난해하듯이 지혜로 세상일을 예보함이 마땅하다. 어긋난 일기예보를 질서로 바로잡는 지혜로운 능력이 우리들의 인생 예보 시스템이다.

내일은 화창하게 밝은 날이 되기를 기대하며 영롱하고 상쾌한 내일처럼 행복한 미래를 예보하며 살아가는, 예고 없이 내리는 보슬비에 촉촉이 젖어드는 품 넓은 가슴이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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