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은
분단의 아픔을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는 것

최정희 활동가평택평화센터
최정희 활동가
평택평화센터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25일이 가까워져 오면 한국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전쟁이었는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야기한다. 지난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면서 권한과 기능이 강화됐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기리다’는 칭찬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박석수의 소설 <차표 한 장>에는 한국여성과 결혼하면 진급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동거하던 미군정보장교에게 버림받는 미영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한국이 남과 북으로 분단된 나라라는 것이 버림받은 이유였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고통 받은 사람이 어찌 미영뿐일까.

2023년 5월 기준, 이산가족 신청현황은 70세 이상이 85%를 넘고, 80~90세 이상은 67%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과연 얼마만큼 일까. 70년간 가족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모두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눈물 흘리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기억한다. 2만 건이 넘는 그때의 기록물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남북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후손들에게 일깨워 주기 위함일 것이다.

정전협정 70년인 올해 여전히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유지된 냉전지역으로 남아있다.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고, 한국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53년 7월 27일 맺은 협정은 정전협정이다. 정전停戰은 일시적으로 군사 행동을 중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언제든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종전終戰은 말 그대로 전쟁이 완전히 끝남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루빨리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만이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무력 충돌로 나타났을 때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것이 국제사회다. 전례 없는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로 소용돌이치는 정세 속에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평화이다. 평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36년간 국권을 침탈했던 침략자와는 화해하면서, 3년간 전쟁을 했던 북과는 왜 화해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이 바라는 나라는 끝없는 전쟁의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며 서로를 미워하는 나라가 아닐 것이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은 이제 분단의 아픔을 끝내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함께 걷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국가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평화를 준비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이유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제 70년간의 불안한 정전을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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