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라는 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탄탄한 선박을
구축해야 한다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성매매 현장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아도 무인도에 있는 것과 같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주변에 자원이 없어 쉽게 나올 수 없는 갇힌 공간. 성매매 집결지는 무인도이다. 여성들의 주변에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는 아무것도 없다. 주변에 있는 것은 오직 여성을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는 자들뿐이다.

이득을 얻으려는 자들은 여성들을 사회와 단절시킨다. 단순하게 ‘감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감금 사례도 있지만 필자는 감금이라는 한정적 개념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걸어서 집결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저 걸어서 나가는 것일 뿐 완전히 그곳을 벗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들이 왜 그곳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지 우리는 그 구조를 봐야한다. 여성들을 이용해 이득을 얻는 업주들은 그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사회 정보와의 접촉을 막는다. 특히 센터 ‘품’과 같은 지원단체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 믿지 못하게 하고 지원 관련 정보를 못 받게 한다. 또한 업주는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지배한다. 돈을 벌 수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 여성들이 계속해서 집결지에 남게 한다. 한 달에 몇천만 원을 만들어야 하며 벌금은 백만 원 단위이다. 결국 여성은 집결지라는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

성매매피해지원단체는 성매매 집결지라는 섬에서 나올 수 있는 일종의 ‘선박’이다. 벗어나려는 의지와 배가 있으면 탈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특히, 자활지원센터는 그동안 여성들이 몰랐던 사회생활을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지원한다. 공동 작업장,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경제적으로 보조받으며 전업을 위한 준비 과정을 갖는다. 이는 여성들에게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을 천천히 배워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여성들은 자립하는 과정에서 오는 좌절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기를 수 있다.

자활지원센터의 경제적 보조는 여성들이 천천히 자기의 적성을 찾아 건강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최근 자활지원센터에 이전처럼 많은 여성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는 자활지원센터의 경제적 보조가 최저임금보다 낮기 때문이다. ‘자활’은 실제 자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으로 일하는 것은 자활지원센터의 목표와 맞지 않는다. 이미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파악해 최저시급에 맞춰서 보조하고 있는데, 이는 곧 여성들의 높은 참여율로 이어졌다. 실제 통계를 보면,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 자활지원센터의 여성 참여율이 높았다. 다르게 보면 성매매 피해 현장에서 벗어나는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자활지원센터의 목표에 맞게 여성들을 지원하고 여성들은 안정적인 경제적 보조 안에서 새로운 사회생활을 해낼 힘을 키울 수 있다.

여성의 의지만으로 그곳에서 나오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옭아매는 구조를 바로 알고, 여성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충분한 지원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원 체계는 여성들에게 탄탄한 선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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