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과학에 매달리기보다
우리 국민 의식에 걸맞은
안전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김현정 위원장더불어민주당평택을지역위원회
김현정 위원장더불어민주당평택을지역위원회

“식품의 안전성은 국민 의식에 비례한다” 지난 1988년부터 시작된 유럽과 미국 간 성장호르몬을 주입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무역 분쟁이 극에 달했을 때 ‘과학’을 외치는 미국 측을 상대로, 유럽에선 이렇게 대꾸했다. WTO 세계무역기구 패널에서 승소한 미국은 1999년부터 매년 1500억 원이 넘는 보복관세를 부과했지만, 유럽은 수입 규제를 풀지 않았다. 2021년 3월에 이르러서야 유럽의회는 비로소 성장호르몬을 주입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에 한해서 수입 재개를 승인했다. 성장호르몬을 둘러싼 30년에 걸친 미국과 유럽의 쇠고기 무역 분쟁은 국민 안전의 잣대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과학이 미래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5년 WTO 세계보건기구 산하 IARC 국제암연구소는 농약 원료인 글리포세이트를 2군 발암물질로, 소시지, 햄, 핫도그, 베이컨을 1군 발암물질로 깜짝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던 농약과 식품에 대한 발암물질 분류는 큰 혼란을 초래했다. 지난 7월 4일 IAEA 국제원자력기구는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면서도, 첫 페이지에 ‘이 보고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서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IAEA 보고서가 발표됐음에도, 일본에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새 일본 언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찬성 의견은 60%에서 45%로 줄었고, 반대 여론은 30%에서 40%로 늘었다. 특히 민감한 이해당사자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7월 2일 “해수욕 시즌에는 (오염수 방류를) 피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두고 코이케 아키라 공산당 서기국장은 “여당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오염수의 안전성은 증명됐다고 해왔지만, 해수욕 시즌을 피하자는 얘기는 방출 그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먹거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때면 ‘과학’과 ‘안전’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지기 일쑤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그 좋은 본보기다.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 운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지나친 나머지 불필요한 무역 마찰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광우병 촛불시위는 성장호르몬을 일상적으로 주입받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젖소 고기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은 친환경 학교급식은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명맥을 잇는 버팀목이 됐고, 세계적으로 질 높은 청소년 교육 복지를 가능케 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작금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면서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선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과학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과학에 매달리기보다, 우리 국민 의식에 걸맞은 안전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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