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규정 없는
‘인신매매 피해 보호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될 수 없다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최근 E-6 비자 소지 이주여성들이 클럽에서 피해를 당하고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신매매피해 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구성된 그룹에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그 그룹에 소속된 변호사들과 지원원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해당 여성들의 사례에 집중한 결과 담당 변호사와 지원단체가 빠르게 구성됐다. 그리고 이는 일부이지만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첫 사례가 됐다.

E-6 비자 소지자의 피해사례는 90년 중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가수라는 직업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오지만 막상 한국에서 성 착취 피해를 당한다. 이미 유엔에서는 E-6 비자의 인신매매 이용 위험성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에 몇 차례 개선을 권고했다. 즉, 한국 정부도 E-6 비자의 피해사례와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개선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제 피해자들이 겪는 고충을 점검해 개선한 것이 아니었기에 피해 사례는 여전했다.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021년부터 준비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됐다. 기존 형법에 있는 인신매매죄는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만 인신매매로 규정했지만,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 착취까지 의미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이주민이 피해자의 경우 선주민과 차별되지 않는 지원을 받기 위해 체류 문제도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가 해당 법률의 첫 사례가 됐다는 것은, E-6 비자 소지자의 피해사례를 성적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피해사례로 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해당 법률로 인해 E-6 비자 소지 피해자가 이전보다 더 나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처벌 규정이 없는 반쪽짜리 법률이다. 즉, 피해자의 보호 정책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처벌 부분에서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피해 사실이 있어도 처벌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같은 ‘인신매매 범죄 가해자들의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양산한다. 이미 입국 제한 해제와 동시에 피해자가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처벌 부분에서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인신매매 범죄가 중대하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한 미국 국무부 <2023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국가 3단계 중 한국 정부가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진 위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호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피해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를 보지 않고, 피해 현장의 심각성을 보지 못한 반쪽짜리 정책과 법률 제정은 오히려 피해자들이 보호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90년 중순부터 시작된 피해는 3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이전보다 촘촘해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피해자들을 더욱 옭아맬 것이다. 처벌 규정 없는 보호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점을 지금이라도 인지해야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