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박물관을 만드는 일에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희 협치지원관평택시 자치행정협력과
이명희 협치지원관평택시 자치행정협력과

‘평택박물관포럼’이 벌써 11회라고 한다. 박물관을 주제로 매달 이렇게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놀랍다. 본의 아니게 일상의 후순위였던 ‘박물관’을 만날 수 있게 일찍 퇴근할 수 있었고 ‘일상과 역사의 만남, 고고학으로서의 현재’라는 포럼의 타이틀이 나를 부르는 손짓처럼 느껴졌다. 

강연에 나선 서해성 작가는 본인의 직업을 고고학자라고 소개했고, 평택과의 인연을 2014년 당시 쌍용자동차 ‘노란봉투운동’ 이야기로 시작했다. 노란봉투운동은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에 대해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온 데서 비롯된 시민모금운동으로 모금 111일 만에 모두 최종 목표액인 14억 7000만 원을 달성했다. 

2014년 필자의 일상도 쌍용자동차와 함께 있었다. 그런데 노란봉투운동을 기획한 서해성 작가가 하는 일이 바로 박물관을 기획하는 일이라니. 나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 같았다. 서해성 작가를 통해 만난 박물관은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주는 곳이었다.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현재란 무엇이고 역사와 현재는 어떻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서해성 작가는 박물관이 꼭 필요한 곳이지만, 호기심과 발견이 없으면 매우 잘 지은 비싼 무덤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잘 지은 집, 기억의 저장소를 넘어 시간을 공간에 넣고 살아있게 하는 일. 이를 위해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전승하고, 왜 기억해야 하는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평택시는 박물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와 관심을 모아냈는데 이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박물관 부지 주변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박물관이 있는 동네는 명품 동네로 인식되는 것 외에 지금의 평택박물관에 쏠리는 관심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서해성 작가는 좋은 집을 지어놓고 그곳을 기억과 기록의 권력으로만 유지하려고 할 때가 가장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낮은 자의 기억과 기록은 남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박물관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이며, 박물관을 기억 저장고에서 기억의 저수지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저수지는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박물관은 그런 곳이다. 그러나 날마다 저수지로 갈 수는 없으니, 수시로 물을 댈 수 있는 기억의 샛강과 실개천도 필요하다. 기억의 정류장도 필요하다. 이것이 ‘현재’이다. 

역사란 원래 침묵하는 것이며, 역사에 말을 걸면 돌들도 외쳐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끝으로 강의가 마무리됐다. 퇴근길에 우연히 만난 평택박물관포럼은 마치 말을 걸면 돌들도 외쳐 일어나듯이 침묵하던 필자의 일상에 말을 걸어 일으켰다. 

앞으로 지어질 평택박물관이 호기심의 방, 기억의 저수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나치는 나의 발걸음을 호기심으로 멈추게 했던 오늘의 평택박물관포럼처럼 만나고 연결하는 기억의 정류장으로서 역할이 다양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또 그 일상의 박물관을 만드는 일에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