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을 두루 이롭게하는
홍익인간의 본분이 될 것

권혁찬 전 회장평택문인협회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폭염 계절이다. 지칠 줄 모르고 내리쬐는 태양의 질주를 막을 재주가 딱히 없는 우리 인간들의 한계가 통감되는 계절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들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이유는 있을 것이라는 지론이다.

예년보다 항상 더 진화된 자연 현상을 우리는 그저 흐름이거니 하고 간과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인류가 만든 자연 훼손의 과정들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이 지대하지만, 그와 정비례하여 우리의 뒷부분이 조금씩 훼손되어 가고 있음도 인지해야 했다.

잠시 놓치고 지나간 순간의 연속이 남긴 상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 제방의 돌 하나가 빠져나와 거대한 보가 무너져 내리는 이치와도 흡사하다. 무더위와 기나긴 장마, 태풍이나 폭설 등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 현상에 한없이 나약한 우리를 볼 때 위대한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가치와 본분이 평가 절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이지만, 이유와 조건이 결여된 채로 평가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분명 이유가 있다. 인류가 자행한 자연 훼손의 비중보다 더 큰 손실을 잊고 있는 오늘날의 인류애가 문제이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득 돌멩이 하나를 바라보며 우주를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커다란 돌덩이에 불과하다. 그 속에 얹혀사는 온갖 생물들을 상상하면서 동물과 식물을 구분해 보려 한다. 우리는 분명 동물이라는 전제부터 하고 계산하자. 왜냐하면 분명 동물 중에서도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내가 있고 나머지가 존재 한다는 잘못된 사고가 불러온 엄청나고도 그릇된 시행착오가 오늘날 재앙처럼 내리쬐는 폭염 같은 자연의 분노를 자초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없어서는 안 될 한 알의 돌멩이라는 작고 소소한 사명이 앞섰더라면, 오늘날 맞닥뜨리고 있는 고통의 순간들이 이다지 힘겹고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구태여 주인이라는 격양된 사명감보다는 구성원이라는 소명 의식이 더욱 투철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주의 소소한 구성원이 지구의 필요한 구성요소가 될 것이고 온 천지의 작은 구성요소가 바로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 분명하며, 내가 소속한 가정이나 집단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부터 한 알의 돌이 되고자 한다. 이왕이면 꼭 필요한 돌이 되어 세상과 지구를 바치고 설 수 있는 주춧돌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곧 이 더운 폭염을 이겨 낼 수 있는 한 알의 지혜로운 결정체가 되는 길이요, 자연재해를 잠재울 위대한 능력이라는 허망한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결코 허황된 망상이 아니다. 작은 소속감과 사명감이 결여된 인류의 편견이 빚어낸 우주의 재난을 생각하면 그 이유는 분명해진다. 이제부터라도 우린 그 편견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아닌 네가 주인이요, 우리가 하나라는 새롭지 않은 당연한 진리를 되새겨 보자는 의미이다.

적어도 이 사회에서 남에게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넓게는 우주의 질서를 새롭게 정립하는 우리의 과제이며, 세상을 두루 이롭게하는 홍익인간의 본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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