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잘못을 고치지 않는 자는 머지않아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지난 7월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어 차도에 갇힌 차량 운전자 등 1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방을 일부러 허문 후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마감해 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 사건 전날 임시제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시민들의 제보와 사건 당일 아침, 도로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처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1년 전 여성가족부장관은 잼버리 준비 관련 질문에 폭염, 보건, 안전 등에 준비가 잘 되었고 걱정 없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개영식에서부터 온열 환자가 발생하더니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 부패한 식자재와 방역 문제 등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해외 AP통신은 ‘예견된 인재’라 지적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네 탓 공방’,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어느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탄핵소추가 기각됐다. 사후 대처에는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란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론이다. 현재까지 이태원참사에 대해 처벌받거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기소된 일부 인원조차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 배치가 미흡했다’ ‘대처에 미흡했다’ ‘사후 대처도 늦었다’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이 또한 누구 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얼마 전, 어느 연예인 부부 SNS에 “여러분 국립현충원에는 절대로 반려견은 입장이 안 된다. 우리 부부 같이 실수하지 마시길”이란 글이 화제가 됐다. 이유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발 빠른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쿨하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맞아, 내가 실수했어”라고 인정하는 것보다 “내가 미안해”라고 말하기가 더 쉽다고 한다. 실수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 잘못으로 인한 모든 불이익을 달게 받겠다는 의미이고 진정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과는 정서적 측면을 바로 잡는 것으로 끝내면 된다고 하니 진정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사과’는 쉽고,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며 사과 또한 없는 현 정권은 뭐라 설명해야 할까. 솔직히 이번 정부의 태생 비화나 윤석열 대통령의 자질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같은 1년을 보낸 지금, 여러 형태의 참사와 재난 상황에서 잘못을 말단 기관으로 돌리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날 것 그대로의 말들로 국민을 당황케 하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그러한 잘못을 고치지 않는 자는 머지않아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고 했다. 손가락을 꼽아보자. 윤석열 정부에서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일로 키운 게 한두 번인가. 명심하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충격은 이제부터다. 정신 바짝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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