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감수성을 되찾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길을
걷는 것부터 실천해 보자

이명희 협치지원관평택시 자치행정협치과
이명희 협치지원관
평택시 자치행정협치과

<공동체의 감수성> 저자 구현주 작가를 ‘제19회 평택시민협치아카데미’ 강사로 초청했다. 주제는 ‘공동체 본질에 던지는 일곱 가지 질문’이다. 공동체라는 정책이론의 레토릭(과장된 미사여구)과 현장의 다양한 결과들이 혼재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 특히 현장은 왜 이론처럼 되지 않는지 답답해하는 활동가들에게 무척이나 반갑고 묵직한 이 주제를 선명하게 다루고 싶었던 기획 의도였다. 

공동체 활동가들에게 관심이 높은 주제였다. 평일 저녁 7시 강의실에 일과를 마친 아주 다양한 시민이 모였다. ‘공동체를 만든다’는 상상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로부터 비롯되어 현실에 없는 이상향을 실현하려는 인류의 오랜 운동의 과정으로 이어져 왔다. 이와 달리 ‘공동체를 사업으로 만든다’는 상상은 행정이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말한다. 3인 또는 5인 이상의 모임으로 이웃과 마을을 위한 사업을 하면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는 “5인 이상의 사적 결사체는 점차 확장될 것이며, 이들의 사적 필요는 공론장을 통해 의제가 되고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공동체를 사업으로 만들어 가고자 했던 첫 번째 기획이었다. 마을공동체의 핵심 가치는 민주성, 공공성, 개방성, 수평적 연대, 분권과 협치 등이다. 그러나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을 시작한 지 지난 10년간 지역은 어떤 모습인가? 한동안 아파트 작은 도서관 지원사업이 활발했다. 그러나 그 운영이 지속되는 도서관은 많지 않다. 아이가 다 크면 더 이상 그 도서관이 필요 없어진 경우가 많았다. 구현주 강사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의 운영을 개방하고 새로운 주체의 참여를 보장했더라면 내 아이가 크는 동안 고마웠고 동네에도 필요한 도서관으로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체를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두 번째 기획은 “개인은 사회적자본을 통해 공동체 형성이나 민주주의 참여 등 여타의 기회들과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적자본이 곧 경제적 자본’이 되었다. 사람들의 경제적 조건이나 삶의 처지가 마을공동체 참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적자본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형성된다. ‘우리’라는 울타리에 장애인, 노동자, 청년 등 사회적자본을 형성할 기회를 얻기 힘든 약자들이 참여할 자리는 없다. 구현주 강사는 마을공동체에 대해 자본의 투여보다 ‘배제의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우리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도, 경험하기도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한잔의 커피값을 아껴 지구 반대편에 보낸다는 사람들, 기후 위기를 위해 채식 레시피를 공유하며 작은 실천을 만들어 가는 시민 행동가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 해가 떠 있는 동안 동네를 떠나있는 사람들도 퇴근길에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를 상상해 본다. 

강좌를 기획할 때와는 달리 작가의 강의를 듣고 난 후 비로소 왜 책의 제목을 <공동체의 감수성>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질문에 대한 선명한 정답이 아니라 좋은 사회의 바탕이 되어야 할 ‘공동체 감수성’이었다. 공동체 감수성을 되찾기 위해 시간을 내어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길을 걷는 것부터 실천해 보자.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