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의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첫걸음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어떤 갈등 상황에서 “법대로 해!”라는 말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공권력이라는 물리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법대로’는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다. 하지만 요사이 ‘법대로’는 너무 흔한 광경이 되었다. 정말이지 ‘사법’ 천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가 ‘법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했던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도 침수로 인한 사망, 채상병 사망 과실치사, 서이초 교사 사망 등 법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가 존재한다. 관료들의 우두머리인 대통령이나 시장, 정치인들을 뽑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란 원래 법 바깥에 있다. 정치는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국회와 행정부가 기본권 보호의 책무를 다하면, 일일이 소송하거나 법원의 문을 두드릴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재난이나 참사의 경우, 법적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정치 윤리와 정치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우선 생각한다. 유가족과 함께 충분한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그들을 위로하고 ‘책임’과는 또 다른 연대의 언어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 ‘법대로’만을 목표로 삼을 때 ‘법률만 위반하지 않으면 된다’는, 법률적으로 유죄가 아니라면 윤리적으로도 떳떳하고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식이 된다.

요즘의 정치가 그렇다. 정치의 본질은 이해관계 조정인데, 여야가 대화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은 정치권 스스로 사건을 들고 법원으로 달려가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사법부가 판단하는 ‘정치의 사법화’ 시대가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그런 government attorney 거버먼트 어토니(정부 측 법률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답변했다. 이 발언은 검찰들이 행정부를 장악해서 법률로 통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우리는 윤정부 1년 6개월 동안 검사 100여 명이 행정관료로 등용되는 걸 목격했다. 그 속에서 시민들은 ‘검사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나’에게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지금은 정치가 바로 서야 할 때다.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해야 한다. 정치적 합의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소·고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당은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합의해야 한다. 여야 관계를 풀어야 정권 내부의 리더십도 회복할 수 있다. 잊으면 안 된다. 사법국가司法國家는 위험하다. 법원과 검찰이 국정을 좌우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더 이상 이런 시간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대다수 시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모두가 직접 정치적 주체가 되어 이 사회를, 정치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아무도 누군가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대변할 수 없기에 모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첫걸음이다. 내년 총선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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