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당장
‘노조법’ 2·3조 개정에
나서야 한다

김기홍 위원장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어느 한 시민이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한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든 봉투를 보내면서 ‘노란봉투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이 현재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운동으로 이어졌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고,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정의당을 합치면 모금운동 8년 만에 법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연일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대며 이 법의 부당함을 성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노사정이 참여하는 국제기구인 ‘ILO 국제노동기구’는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을 근거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삼권을 보장해야 하고, 기업의 손배소가 쟁의행위 탄압 수단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노란봉투법’이 국제노동기준에 정확히 부합하고 경영계와 여당의 주장이 국제노동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계는 늘 국제적 기준을 이야기하면서 이럴 때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합법 파업’의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 2009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벌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47억 원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가 당시 파업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가 정리해고 반대라는 파업의 ‘목적’을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 프랑스, 일본에서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합법이다.

지난 6월 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동자들이 파업했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를 당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폭력, 파괴행위를 제외하면 파업에 대해서는 손배 청구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 조합원이나 임원 개인이 아니라 노조에 대해서만 손배 청구를 하도록 하는 내용, 노동조합 규모에 따라 손배 청구 액수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노동자들이 원청기업의 ‘진짜 사장’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이나 태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영업손실의 모든 것을 전가해 그 생계를 핍박하던 행태를 더는 못 하게 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은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 혹은 그 가족인 이 나라에서 무엇보다 중차대한 시대적 과업이다. 이에 국회는 소관 상임위의 의결을 거쳐 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보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아예 상정도 하지 않고 그 입법 절차를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무수한 노동자에게 피와 눈물을 강요했던 이 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본회의장 입구에서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권한이 무력해지니 여야가 합의해 안을 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우리나라 헌법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당장 ‘노조법’ 2·3조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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