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창비
이희영/창비

 

이윤정 사서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이윤정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소설의 주인공은 ‘바림’이다. 어려서부터 미대 입시를 준비해오던 바림은 어느 겨울날, 친구 해미와 함께 학원에서 편의점을 가다가 빙판길에서 넘어져 오른손을 다치게 된다. 당분간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바림은 심란한 마음에 어릴 적 놀러 갔던 시골을 떠올리고, 이모가 있는 경진에서 방학을 보내기로 한다. 경진으로 내려간 바림은 근처 백오산에 올랐다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비한 돌탑에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 아이는 바림을 알아보지만 바림은 한참을 고민해봐도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경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바림의 친구 해미는 바림처럼 어려서부터 그림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해미는 최근 들어서 갑자기 미술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미대 입시 준비를 시작했고, 이제 막 시작한 해미가 재능을 보이자 바림은 친구인 해미를 질투하기도 한다. 바림도 어렸을 땐 그림을 좋아했고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게 그림이었는데 어느 순간 입시가 붙으면서 정해진 틀 안에서 정해진 대로 그려야 하는 그림이, 그 부담감이 점점 싫어졌고 고3을 앞둔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다. 그런 바림에게 해미는 편의점에 함께 가자고 했고, 해미는 본인 때문에 바림이 다친 거라고 생각해서 미안해한다. 사실 바림은 편의점에 가는 길에 빙판길이 위험하고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슬리퍼를 신고 갔다.

 경진에서 바림은 이모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렸을 때 함께 놀았던 또래 친구 이레를 만나게 되고 이레가 쓴 글이 공모전에 당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림은 본인이 놓인 상황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레에게 풀기도 한다.

 바림, 해미, 이레 3명의 청소년은 모두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다. 입시를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부담과 불안, 꿈에 대한 고민은 같지만 서로 다른 상황에서 본인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시작해 곧 입시를 앞두고 그림이 싫어진 바림, 남들이 다 늦었다고 말하는 고2라는 시기에 미대 입시 준비를 시작한 해미, 공모전에서 글쓰기로 수상하고 남들은 다 부러워하지만 사실 다른 꿈이 있고 본인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이레, 3명의 청소년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용기를 내어 본인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소설 속 나오는 여러 인물이 하는 말들은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된다. 물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다고 한다. 물은 흘러 흘러 강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한다.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구름이 되어 날아오르기도 한다. 아직 10대의 나이인 청소년들은 물과 같다. 누군가는 그런 아이들에게 늦었다고 하기도 하고 아직 이르다고 하기도 한다. 고작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누군가를 정의 내리고 결정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을까. 인생에도 길치가 있다고 한다. 길치는 길을 헤매는 사람이지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길을 조금 헤매고 돌아가더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갈 용기가 있으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