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상/스노우폭스
성종상/스노우폭스

 

이진아 사서평택시립 비전도서관
이진아 사서
평택시립 비전도서관

나에게도 정원이 있었던가? 어릴 적 정원이라 연상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정원이라 정식으로 명명된 이름은 아니지만 집 주변에는 10여 가지 작물이 두세 고랑씩 차지한 아기자기한 텃밭이 있었고 작은 앞마당에는 나무와 계절마다 피는 꽃을 심었고 집으로 들어오는 초입 골목길에도 해마다 다양한 꽃이 담벼락을 따라 연이어 심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여유 있던 시절이 아니었음에도 그러한 소소한 풍경들이 공존했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것을 보면 소소하게나마 정성을 들어가며 집 주변을 가꾸는 모습에서 나름 그 시절 정원생활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길가를 지나다 보면 도로는 포장되어 흙이 없으니 화분에 정성들여 가꾼 꽃들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으로 꾸며진 미니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 몸속 어딘가에는 정원을 꾸미고자 하는 DNA가 남겨져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의 주거 형태는 현재 아파트 거주 비율이 60% 이상 넘는다고 말하며 건설사가 만들어준 공간에 맞춰 주거에 관한 각자의 개성이나 기호를 찾지 못한 채 살고 있음을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물론, 자기 개성에 맞는 땅콩주택, 홈퍼니싱, 플랜테리어, 그린테리어 등 주거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시도도 있지만 획일적인 공간 내 아파트 거주자가 가지는 정원생활자로서의 단절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책 서문에 저자는 유명 인사들의 정원생활을 들여다보게 된 이유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주거로서의 개성과 정체성 확립을 지지하며 명사들의 정원생활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시대 정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인생 정원>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정원이 가진 고유의 가치가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할 ‘마음 돌보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서이다. 두 번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로서 정원의 면모를 확인해보고 싶어서라고 한다. 명사들의 정원생활을 엿봄으로써 정원의 의미, 가치와 역할을 살펴보고 우리 삶에도 적용해보며 각자 자신에게 맞는 정원생활의 의미를 찾기를 바라서이다.

동서양 12명의 유명 인사들의 정원과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고 특히 헤르만 헤세, 클로드 모네, 괴테, 처칠, 토마스 제퍼슨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정원들은 저자가 직접 방문하고 사진으로 남긴 정원 모습을 책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현장을 보고 명사들의 삶과 정원에 대한 애정이나 정원과 관련된 스토리 등을 전문가 시선이 담긴 이야기로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나만의 인생 정원을 만들고 싶다거나 자연을 통해 삶에 여유와 풍요로움을 더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의 조경가로서 설계작품으로는 <인사동길>,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한국정원 희원>, <선유도 공원>, <용산공원 기본구상>,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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