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 바로 어디론가
떠나보자

권혁찬 전 회장평택문인협회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11월로 접어들었지만, 예년에 없던 이상기온으로 일교차가 큰 일기가 이어지면서 철을 놓친 입새들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오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만산홍엽이란 말처럼 온 산이 울긋불긋해지고 있지만, 다소 늦은 절기 탓인지 조금은 때늦은 치장을 하는 듯하다. 

길을 가다가 먼 산을 바라보거나 혹은 차창 밖으로 지나쳐 흐르는 들판 위로 화려함이 내려앉는 듯한 경치를 볼작시면 영락없이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음이 분명하다. 11월 역대 기온 중에 30℃에 육박하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인지 어쩌면 아직도 여름인 것처럼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입동이 임박한 날씨치고는 확실한 이상고온이 틀림없다. 그리하여 더욱더 아리따운 자태의 단풍을 볼 기회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호불호의 이상기온 현상이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아니한 것이지 다소 묘연한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됐든 단풍이란 가을의 전령사이거늘 우리가 유쾌하게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기에 거기에 걸맞은 단풍놀이로 한 시절을 풍류로 즐기며 보내면 그만일 것이다. 그리하여 소풍을 다녀오기로 하고 마침 고교 동창들의 모임 일정을 가을 소풍으로 명명해 다녀오기로 했다. 소풍이란 학교에서 운동이나 자연 관찰, 역사 유적 따위의 견학을 겸해 야외로 갔다 오는 일이라 했다. 또한 기분을 돌리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깥에 나가 머리를 식히는 일이라고도 한다.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우리에게 유적지 견학이나 자연 관찰 학습과는 확연히 거리가 멀지만, 소풍이라는 단어만큼은 우리의 마음과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기에 후자의 논리를 적용해 기분을 돌리고 머리를 식히는 소풍으로 여기며 다녀오기로 하고는 설레는 마음을 추스르며 버스에 올라 지난날 학창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의 시간을 가졌다. 오고 가는 긴 시간 동안 그간의 인생 이야기들로 시작해서 개인적인 일이나 사업적 이해관계와 복잡한 세상사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면서 본래의 취지였던 대로 기분을 돌리고 머리를 식히는데 애써 화제를 맞추는 모양새였다.

그렇다! 요즘 주변과 세상이 매우 현란할 정도로 어수선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문제, 사회적 불통 문제에서부터 각박한 국제정세에 이르기까지 두루 머리가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삶의 해법은 본인이 의지와 결단력으로 귀결지을 수 있을 것이지만, 세상의 셈법에 발맞추어 살아가기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에 정면 돌파의 해법보다는 이완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이심전심으로 때늦은 동창들의 가을 소풍을 기획하게 됐던 것이다.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 희희낙락하면서 장난도 치고 학창 시절의 추억도 떠올리면서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풍이 어디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행사이겠는가. 세월이 흘렀으면 어떻고, 나이가 들었으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복잡하고 아리송한 오늘의 아득한 해법을 지혜로운 소풍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해의 조건과 번뇌와 갈등을 내려놓고 소풍이라는 간단하고도 지혜로운 통로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어 보기를 기대한다. 가을 소풍을 다녀오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 바로 어디론가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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