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이 낳은 지영희 선생이
전국 1위의 문화 랜드마크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박용정 이사지영희기념사업회
박용정 이사
지영희기념사업회

가을의 끝자락인 11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스물세 번째 지영희예술제가 개최됐다. 평택이 낳은 최고의 국악인 지영희 선생의 대를 잇는 행사였다. 평택시남부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장엄하게 막이 올랐다. 멋진 가을 저녁에 국악의 향연이 개최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지영희 선생의 관현악을 위주로 한 공연이었다. 올해는 다른 접근을 시도했고 작곡, 지휘, 춤, 연주 등 모든 분야에 능통했던 만능 재인 지영희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분야별로 다양한 예술세계를 하나의 무대에서 선보였다.

국악인 남상일이 넘치는 재치로 사회를 보면서 사랑가, 흥타령, 희망가 등 경기민요를 새롭게 구성해 흥을 일으키는 공연을 보여 주었다. 선생의 제자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의 ‘박범훈류 피리산조’는 선생의 경기시나위 피리가락을 토대로 우조, 평우조, 계면조, 경드름 등 피리의 독특하고 다양한 조성과 시김새를 활용해 새롭게 구성한 공연을 선보였다. 자녀인 지성자 가야금산조 명인이 이끄는 성금연가락보존회는 가야금병창으로 ‘새타령’, ‘신뱃노래’ 등 가야금 소리와 어울리는 우리 민요의 진정한 멋과 흥을 생동감 있게 구성하며 흥겹고 신명 나게 풀었다. 가무악의 대모 채향순이 이끄는 채향순무용단은 허튼풀이춤으로 치마폭 속의 정교한 발디딤과 장단 사이에서 노는 손놀림의 춤사위가 돋보였다. 소리꾼 출신 트로트 가수 유지나는 신민요와 판소리 그리고 국악 얘기를 함께 섞어가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층 더 역동적인 느낌의 국악으로 가을밤에 국악 특유의 재미에 흠뻑 젖는 밤을 보냈다.

예술제의 근간이 되는 지영희 선생의 업적을 간단히 살펴보면, 해금산조와 피리시나위 무형문화재이자, 1965년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구음口音으로만 전해오던 국악을 오선보五線譜로 변환했다. 현재의 국악을 있게 한 대한민국 국악의 아버지다.

평택시는 군사 도시 또는 공업과 농업을 기반으로 한 도농복합도시다. 그리고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2023년 전국 시군구 브랜드파워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평택의 문화 현주소는 어디인가? 현재 지영희 선생 선양 사업을 평택시와 지영희기념사업회가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외부 관광객을 끌어오지는 못하고, 평택을 방문하는 이들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 봤을 때 문화콘텐츠 하나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평택시민은 급속히 팽창하는 도시 변화 속에서도 문화적으로 메마른 공업·군사도시의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대안으로 위대한 지영희와 전국브랜드 1위를 융합시킴으로써 그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일 본의 베토벤 생가, 잘츠부르크의 아마데우스 생가는 그 도시의 랜드마크이다. 평택도 이처럼 큰 그림을 그리면서 지영희 선생 생가 복원,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새로운 얼굴의 평택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지영희가 평택의 랜드마크로 우뚝 솟을 수 있을 것이다. 평택이 낳은 지영희 선생이 전국 1위의 문화 랜드마크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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