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리한 파병 요구나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도 수긍하는 것은
최고위층 사이에 무비판적 신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미군 관련 사건사고 중 요사이 돈 관련한 사기사건이 많아졌다. 주식 투자 명목으로 오천만 원을 현금으로 주었다는 50대 자영업자가 있는가 하면 차를 판매했는데 대금을 못 받고 있다는 40대 차량판매업자도 있다. 결혼을 미끼로 돈을 빌려줬다는 20대 일반인도 있으며 그냥 믿고 거액의 돈을 빌려준 경우도 있다. 이들이 큰 돈을 아무런 차용증서 없이 빌려주거나 보증없이 차를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가 모두 주한미군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부속 연구원이 2007년부터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주변 4대국 중 미국을 ‘가장 가깝게 느끼는 국가’라고 답했는데 그 비율은 매해 늘어 났다. 미국을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16년 이래 쭉 80%대를 유지했고, 지난해엔 86.3%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서 미국·북한·중국·러시아·일본 5개국에 대한 호감도를 0도에서 100도 사이로 점수를 매겨보라는 질문에 미국의 호감도가 57.2도로 가장 높았고, 일본은 34.9도로 그 뒤를 따랐다. 현 정부가 강력한 ‘친미 정책’을 펼치고 있고 ‘미국’에 대한 과도한 친근함을 보여준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국민이 주한미군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극우부터 온건 좌파’까지 모든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안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공기와 같이 미국중심주의를 퍼트리고 있는 현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에서 ‘우파’든 ‘좌파’든 ‘반미’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필리핀뿐만 아니라 세계의 매우 많은 나라에서 좌파는 말할 것도 없고 극우 내지 우파의 상당 부분은 반미적이거나 적어도 미국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가까운 일본을 살펴보더라도, 자민당 내에 반미 우파가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우방이라 해도 오른쪽으로 가면 상당한 반미 기류를 감지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독일의 극우정당이 ‘주독미군 철수’를 거론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가든 사람이든 무비판적 신뢰는 위험하다. 원칙적으로 보아도 한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종속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의 무리한 파병 요구나 무기 강매, 엄청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도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라서 어쩔 수 없다”며 수긍하는 것은 무비판적 신뢰가 최고위층 사이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안보’ 관련해 국가와 개인을 일체화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개인이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떠한 자율적, 독립적, 비판적 평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언론을 ‘셀프 팩트 체크’하고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나 비판 목소리를 가짜뉴스라고 낙인찍으며 주변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수많은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 평택만 보더라도 미군주둔으로 인한 불가피한 갈등과 피해가 여전히 존재하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미미하지만 목소리를 내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것을 듣고 있는가? 미래를 가능케 하는 첫걸음은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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