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이건
그곳의 문화 수준과 정체성은
도서관과 박물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송은희 팀장평택시 안중도서관 장당운영팀
송은희 팀장
평택시 안중도서관 장당운영팀

현재를 사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전승해 내려온 것들을 기억하고 우리의 정체성 DNA에 각인함으로써 보다 나은 인류의, 국가의, 지역의, 가족의 미래를 위한, 시간의 맥락을 채워가야 한다.

평택시는 지역사의 맥락을 채워갈 평택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이를 어떻게 채우고 운영할 것인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 하나로 매월 포럼을 진행 중인데 지난 11월 17일에는 ‘박물관 아카이브 구축과 콘텐츠 활용’을 주제로 아리랑 아카이브 대표인 진용선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진 교수는 1991년부터 정선아리랑과 관련해 독보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한 연구자이자 아리랑박물관을 운영한 전시기획자로서 우리 시가 평택박물관을 준비하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을 사례와 경험을 통해 전달했다. 

2006년 강원도 정선에서는 과거 탄광의 활황을 상징하던 함백역사가 주민 동의 없이 철거되고 각종 문서가 버려지는 일이 있었다. 이때 진 교수와 함께 뜻을 모은 주민들이 ‘함백역사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 역사驛舍를 복원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기록사랑마을 1호’로 지정되는 성과를 얻어 냈다. 그런데 이후 유지관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직접 경험하고 한 개인이나 민간이 유물을 보존하고 관리를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결국 공공영역이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박물관을 만드는 외에 대안이 없음을 강조했다. 

현재, 평택시 문화예술과 박물관팀은 평택의 생활사를 알 수 있는 유물들을 수집 중이다. 어느 분야이건 남겨야 할 것들은 그 시대를 담고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을 수집할지, 한정된 공간에 어떻게 담아낼지, AI와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시민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기증자를 어떻게 예우할지, 박물관 아카이브를 어떻게 구축할지 등등 이번 포럼은 평택박물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평택의 정체성을 담아낼 평택박물관은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아쉬운 것들을 되살려내는 존재 증명의 공간이어야 한다. 안중도서관에서 9년째 발간 중인 <평택인물백과사전>도 지역 어르신들의 구술을 통해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되살려 기억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평택박물관은 지역의 유·무형의 것들을 아카이빙해 우리지역만의 시대적 맥락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평택에는 다행스럽게도 30년 전부터 이미 사라져가는 것을 기록하고 수집, 연구해 온 개인이 여럿 있다. 진용선 교수의 말처럼 개인이 아무리 많은 자료를 갖고 있다 한들 시민, 후대와 공유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데는 자본, 시간, 공간 등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공영역이 개개인이 쌓아 온 것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흡수하고 공유해야 하는가도 평택박물관에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굳이 자치단체마다 박물관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도서관이 도서관의 기능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기존 문화원으로는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분명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건 그곳의 문화 수준과 정체성은 도서관과 박물관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