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전용유흥업소
합동점검의 문제점에 대해
신속하게 답변하길 바란다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여성가족부는 2014년부터 외국인전용유흥업소 합동점검을 해왔다. 합동점검에는 법무부, 고용부, 지자체가 참여해 각 부처가 담당하는 곳을 점검한다. 그리고 업소에 고용된 E-6-2 비자 소지자에 대한 면담은 각 지역의 성매매피해상담소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필자는 2014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정부 합동점검에 참여했다. 외국인전용유흥업소가 있는 지역 두 곳을 거의 매년 나갔는데, 여러 부처가 참여하다 보니 현장에서 점검하는 인원이 대략 10명 정도가 됐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이 몰려가 이것저것 묻고 한쪽에서는 여성들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으로 체류와 고용된 곳이 맞는지 확인한다. 그러는 사이 필자는 업소에 고용된 이주여성들을 면담해야 하는데, 사실상 업주나 업소 관계자들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성들은 하나 같이 판에 박은 듯 똑같이 대답했다. 이는 사전고지된 합동점검의 한계로 결국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업주가 여성들에게 미리 준비한 답변을 숙지시킨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올해도 합동점검 연락을 받았다.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진행한 첫 점검이지만, 안타깝게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합동점검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해당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우선 진행하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새로운 계획을 구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역시나 현장에 나갔을 때 이미 고지된 점검 덕분에 흠잡을 것 없이 사전 준비된 업소를 볼 수 있었다. 함께 참여한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업소 내 의심되는 정황이 있지만, 업주와 관계자들이 미리 숨겨놓은 상황이라 조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이렇게 미리 만들어 놓은 판에서는 면담하더라도, 준비한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여러 가지 정황을 더 알아가기 위해 예상 질문이 아닌 다른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딜레마의 순간이 많다. 이미 긴장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한다면 당황해서 더 긴장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자칫 본인들을 취조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처음 본 낯선 상담원을 단번에 믿고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설사 솔직한 대답이 나오고, 곧 피해 내용이 확인돼 점검팀이 업소를 수사하게 되더라도 결국엔 여성들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합동점검은 필자에게 있어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합동점검 계획을 하면서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필자는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업소의 착취 현장을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는 점검계획에 대해 조언할 수 없었다. 또한, 미리 고지된 방식은 결코 착취 현장을 찾아낼 수 없고, 오히려 업소가 잘 운영하고 있다는 자료가 되는 위험한 점검이라고 했다.

올해 합동점검은 전국 8개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각 부처는 이미 충분히 문제점으로 인지하고,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신속하게 답변하길 바란다. 각 지역 상담소 또한 합동점검 현장에서 면담하면서 느낀 상황을 공유해 현장의 딜레마를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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