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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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경 사서/평택시립 비전도서관
함수경 사서
평택시립 비전도서관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갈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것이다. 세상이 너무 다채롭고 복잡하고 아름다워서, 한 번 머물다 가기에는 아무래도 아까운 곳이라서”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죽음이라는 질문과 성찰을 이 작품에 녹여내며 혹독하고 고단하게 현생을 살다간 주인공들의 사후세계를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섬세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다독인다. 연작소설인 이 작품은 여섯 편의 단편으로 죽음이라는 소재로 이어진다. 주인공들의 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찰나의 순간 만났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며 각 단편의 화자가 된다. 

첫 번째 단편 <오리배>의 주인공 신지영은 아버지의 납골당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죽게된다. 죽어서 알게 된 가족에 대한 존재와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되며 남은 가족의 평안함을 기원하며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

신지영과 함께 죽은 택시 기사 해남의 이야기는 두 번째 단편 <심야의 질주>에서 풀어간다. 해남은 강산이라는 배우를 동경해왔다. 그의 곁에 머물며 자신이 악하게 살아온 인생에 대해 되짚어 보고 좌절에 빠진 자신의 우상인 강산을 응원하지만 좋은 곳으로 갔을까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볼 만하다.

세 번째 단편 <세상의 끝>은 택시 기사 해남이 젊은 시절 트럭을 운전하다 죽인 지우와 혜수가 주인공이다. 지우와 혜수가 돌봐줬던 길고양이의 9번의 환생 이야기인 네 번째 단편 <아홉 번의 생>과 길고양이의 아홉 번의 환생 속 한 명인 수정이의 서툰 사랑을 다룬 다섯 번째 단편 <영원한 소녀> 이 세 편은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은 서로가 동등할 수 없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삶을 이뤄가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이란 매일 함께 하고 싶은 것,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 끊임없이 생각나는 것이라고, 물론 어느 부분에선 옳았지만, 그것들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별 하나에 불과했다. 별 하나가 없다고 해서 우주가 아닌 것이 되지 않듯이 사랑도 그랬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의해버리는 순간, 사랑은 순식간에 작아지고 납작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 -205p.

마지막 작품인 <이 세계의 개발자>는 창조주의 시점에서 이야기한다. 어떤 마음으로 이 세계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해답을 찾고자 한다. 세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해지려는 이들에게 애정 어린 눈으로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말한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후회 없는 인생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후회 없이 내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가며 살아가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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