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유엔의 권고 사항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보호
그리고 제도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2023년 11월 24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인신매매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지난 2018년 진정을 제기한 결과다. 그들은 동두천의 한 클럽에서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긴 채 성 착취 피해 등 인권침해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긴급 단속으로 체포됐고 인신매매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피의자로 조사받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외국인보호소는 여성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전장치 하나 없는 일반실에서 업주와 대동한 변호사 면담을 허용했고 합의를 종용했다. 여성들은 한국에 가수로 일하기 위해 입국했지만, 피해를 보고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해당 사례는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여성들은 증거 부족으로 성매매 강요, 인신매매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진정한 행정소송에서도 여성들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여성들의 실망감은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지쳐있는 여성들에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할 것을 제안했다. 여성들은 업주들이 처벌받고, 클럽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고, 피해에 대한 배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8년 말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확인하고 보호하지 못하였으며, 사법 및 충분한 구제방안 접근을 보장하지 않아 협약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개인 진정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5년여 후인 2023년 말, 다음과 같은 결과를 받았다. 인신매매 피해자로 보호하지 못하고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사실, 법원에서 그들의 권리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 행정청과 법원의 고정관념에 기인한 젠더기반 차별로 인한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들에게 완전한 배상을 제공할 것을 밝히고 관련 비자 제도 개선과 유흥업소에 대한 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그동안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피해 사실이 인정된 고무적 결과였다. 그러나 이 권고안은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확인하고 보호하도록 하며 현 제도를 개선이 필요함이 담긴 그야말로 ‘권고’다. 공익적으로 이와 같은 권고안을 끌어낸 것은 성공적인 사례이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피해자인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배상받을 수 없는 한편, 가해 업주들은 지금도 여전히 활보 중이며, 클럽 역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유엔에 진정을 준비하면서 여성들은 이미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여성들은 안정적이지 못한 체류 상태에서 유엔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2023년 유엔의 고무적인 권고 사항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일상에 변화는 없다. 오히려 클럽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업주들이 역으로 여성들과 지원 단체를 무고죄로 보복 고소해 괴롭히고 있다.

이번 유엔 권고안은 여성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끌어낸 결과임이 분명하다. 부디 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삶에 변화가 생기도록, 바라건대 한국 정부는 유엔의 권고 사항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보호 그리고 제도 개선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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