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비 반 펠트/미디어창비
셀비 반 펠트/미디어창비

 

조미림 사서평택시립 팽성도서관
조미림 사서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아름다운 책의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무려 책의 내용이 548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골라서 읽게 되었다. 읽다가 지칠 때도 있긴 했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이라는 제목답게 이 책에는 아주 똑똑한 문어 ‘마셀러스’가 등장한다. 밤마다 수조를 탈출하는 문어와 아들을 잃은 깊은 상처를 지닌 토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이모의 손에서 자란 캐머런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각각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운명적인 계기로 인해 각자의 삶에서 상실되었던 부분을 메꾸어가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토바와 캐머런이 유전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이임을 제일 먼저 눈치챈 마셀러스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조금씩 준다. 이를 통해 각각 자기의 삶을 정리하고,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던 이들에게 삶을 계속하게 하고, 어린 시절의 방황을 끝내게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구원이 된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구원이 되어주는 것,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 결국 가족이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맞벌이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나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크게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 이런 생각의 변화에 정점을 찍어 주었다. 

“인간들,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다. 하지만 한 번씩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p.540)

마셀러스의 대사이다. 책의 뒤표지에도 나와 있어 이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인간들은 마셀러스의 말과 생각대로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은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한 번씩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사랑과 가족의 힘으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은 나의 지혜로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어떠한 사고들이 나를 덮칠 줄 모른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또한 내 곁에 가족들이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집에 가서, 혹은 전화로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야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곳에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자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지켜내는 삶들이 있다. 거기에는 까칠하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문어가, 상대를 깊이 배려할 줄 아는 할머니가, 이방인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을 공동체가, 문어의 촉수처럼 끈끈하게 서로를 끌어당긴다. 문어와 할머니가 건네는 위로와 감동에 동참해보자. 아마도 울다 웃다 결국 이 둘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까칠하지만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문어의 말을 언젠가 이해하게 될지도.”-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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