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문학과지성사
김혜진/문학과지성사

 

손수민 사서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손수민 사서
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이 책에 실린 소설은 모두 집에 관한 이야기다” - p.290 - 작가의 말

이 책은 모두 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모든 단편의 내용은 ‘집’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순히 집 자체에 대해, 단순히 우리의 삶의 필수요소인 의식주에서 ‘주’를 표면적으로서, 공간적으로서의 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집과 인생의 얽힌 관계, 집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의미와 감정의 변화, 집을 둘러싸고 있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 축복을 비는 마음 -

청소업체에서 일하는 인선, 실력도 탁월하고 나름 인정받는 직원이라 청소업체 사장인 양사장에게 러브콜을 자주 받는 편이다. 인선이 생각하기엔 고용주인 양사장은 사실 직원보다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이다. 일을 하는 것만큼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인선은 인정욕구가 강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부당한 일을 참고 견디며 매우 성실한 청소업체 직원이다. 어느 날 인선은 청소 현장에서 신규 직원 경옥을 만나게 된다. 양사장은 인선을 이용하여 계속 들어오는 신입들에게 교육을 맡긴다. 경옥은 새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수당이며, 자신이 직원의 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당하다 싶으면 그에 관한 생각을 말로 다 하는 편으로 인선이 보기에는 자신과의 반대인 경옥의 성격이 매우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시끄럽고 유별나고 별거 아닌 일로 따지고 드는 피곤한 사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인선은 경옥과 함께 일하고 대화를 나누어 보며 현실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이제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실체를 마주치게 되면 크게 상처받을 것 같아 스스로 모른 척을 해왔던 것들에 대하여. 일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 지는 끝까지 확인해보고 부당하면 이에 대해 따지고 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과 반대인 경옥은 피곤한 타입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으로서 그 누구도 인선에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인선은 양사장이 돈밖에 모르며, 고객 중심인 척하면서 돈을 위해 더 소중히 대해야 할 자신의 직원들을 이용하며 인색하게 대하고 직원으로서의 대우를 전혀 해주지 않는다는 양사장의 실체를 경옥 덕분에 용기 있게 마주치게 되어 양사장을 거절하게 되며 경옥과 함께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다. 서로의 마음가짐을 공유하며.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인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옥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집을 청소할 땐 마음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받는 돈은 똑같은데 몇 배나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지 않으냐는 거였다.

“축복을 비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뭐.”

인선이 답하고 경옥이 물었다. “축복요? 무슨 축복요?”

“깨끗하게 청소해드리는 만큼 좋은 일 많이 생기시라고 빌어주는 거죠.” p.270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