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을 마신다거나
수준 높은 음악회나 인문학 강연
또는 미술전람회와 시낭송회를 위해서
가벼운 산책과 사색을 위해서도
도서관에 갔으면 좋겠다

김해규 소장평택인문연구소
김해규 소장
평택인문연구소

도서관을 ‘책을 보거나 빌려주는 곳’으로만 이해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서는 ‘책을 빌려주고 정리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던 시절도 있었으며, 활자로 인쇄된 책만이 진정한 책이라고 주장했던 시절도 있었다. 수십만 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학문과 문화 수준을 상징했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서관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질문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의정부시는 특징 없는 도시였다. 역사적으로는 양주의 일부였고 근현대에는 서울의 베드타운이었으며, 기지촌 문화까지 뒤섞인 정체성 없는 도시였다. 그러다가 경기도청 북부청사,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 의정부지방법원, 경기도북부경찰청이 집중되면서 경기북부 행정의 중심지로 탈바꿈했고 이제는 문화·예술적으로도 변화와 혁신을 꿈꾸고 있다. 근래 개관한 의정부 미술도서관, 음악도서관은 의정부시가 지향하는 도시발전의 철학과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2019년 개관한 미술도서관은 도서관의 기능과 미술관의 기능을 접목시킨 복합문화공간이며, 2021년 개관한 음악도서관은 서울의 변방이며 비주류 음악가가 많다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재즈와 힙합 등 ‘블랙뮤직’ 컨셉으로 만든 도서관이다.  

의정부 미술도서관과 음악도서관은 전문도서관이라는 특이성 외에도 도서관의 정체성을 건축을 통해 구현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접근성이 좋고 주변 경관이 수려한 곳에 위치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의정부시는 ‘도서관의 오늘이 도시의 내일을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도서관 건축을 통해 공간의 혁신과 연결의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목적성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의정부 음악도서관이 ‘2023년 더나은 도시 디자인 대상-공공건축분야 그린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으로 객관적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평택시는 명품공원과 함께 명품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시민들의 쉼과 힐링의 공간, 지식과 교양 습득의 공간을 확대하여 도시의 품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평택시립도서관은 평택시의 바람처럼 그동안 다채롭고 우수한 콘텐츠를 발굴하여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평택시 공공도서관에 대한 내외적 평가도 우수하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 평택시 도서관에 대한 바람은 지극히 평범하다. 도서관을 경관이 수려한 곳에 건축하여 독서와 사색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라던가,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 주차장이 넓은 도서관, 도서관의 정체성과 지역 문화적 정체성이 반영된 건축물, 서가와 열람실뿐 아니라 교육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강좌와 공연, 전시회, 체험 활동이 수시로 열릴 수 있는 도서관이면 된다. 책과 학문, 문화와 예술을 주제로 하루 종일 수다 떨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면 금상첨화겠고,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건축 등 빛깔 있는 전문도서관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을 보거나 빌리고 자료를 얻기 위해서도 도서관을 찾아야겠지만,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신다거나, 수준 높은 음악회나 인문학 강연 또는 미술전람회와 시낭송회를 위해서, 가벼운 산책과 사색을 위해서도 도서관에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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