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다

김기홍 위원장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지난 연말 아파트 경비노동자 한 명이 3년 넘게 일한 정든 일터에서 해고됐다. 해당 노동자는 이곳에서만 두 번째 해고를 당했다. 해고 사유도 명확하지 않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대표적인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다. 흔히 말하는 용역 또는 파견 업체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이러한 노동자가 전국에 무려 약 400만 명이나 된다. 간접 고용 노동이 널리 퍼지게 이유는 ‘고용의 유연성’ 즉, 쉽게 해고하고 쉽게 채용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근로계약도 퇴직금을 줘야 하는 1년 계약이 아니라, 3개월, 6개월 등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는다. 

이번에 해고된 경비노동자는 이곳 아파트에서만 3년 넘게 일하면서 용역업체 두 곳과 무려 여덟 차례나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해 왔다. 이렇게 여러 차례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해 온 이유는 재작년에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네 차례나 맺었기 때문이다.

이 경비노동자가 재작년 말에 해고당했을 때,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과 평택안성비정규노동센터를 비롯해 여러 노동조합과의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아침 선전전도 진행하면서, 해고된 경비노동자뿐만 아니라 해당 아파트에서 일하는 모든 경비, 청소 노동자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아침 선전전 3일 만에 용역업체 측으로부터 요구 조건을 전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한 노동자의 고귀한 인간 선언이 또 다른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한 것이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용역업체는 노동자에게 사직을 권유했다. 그래야 계약기간이 만료된 해당 업체가 아파트와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초에 진행된 기자회견과 아침 선전전 등으로 입주자대표자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인 해고 노동자를 껄끄러워하니 이번에 재계약을 하면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결국 해고 노동자는 사직을 거부했고 용역업체도 경비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새롭게 들어 온 용역업체는 정해진 각본대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고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해고를 통보했다. 

우리나라 법원은 이미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여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하였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즉,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해고 노동자는 여전히 해당 아파트에서 출근 시위를 진행하고 있고, 입주자대표자회의와 관리사무소는 강 건너 불구경 중이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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