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문학동네
이꽃님/문학동네

 

김숙연 사서평택시립 안중도서관
김숙연 사서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하나를 지키려면 하나를 잃기도 한대. 엄마가 나를 지키려고 아빠를 잃었던 것처럼. 근데 아빠는 엄마를 잃었는데도 유도를 지키지 못했대. 지킨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두 개나 잃은 거지. 억울했을 것 같은데 코치님이 그러는 거야. 선택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고.” 

- 139페이지 중에서 -

어느 날 이유 모를 화재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 유찬은 장례식장에서 갑자기 다른 이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학을 온 지오가 옆에 있으면 유찬을 괴롭히는 그 수많은 소리들이 잠잠해진다. 이 두 아이는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에게서 평안을 느낀다.

서울에서 전학을 온 지오. 평생 엄마와 둘이 살아온 지오는 엄마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유도를 시작했을 만큼 엄마를 향한 애정이 각별한 아이지만, 엄마의 병환으로 평생 본 적도 없는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지오는 유도를 하며 엄마와 단둘이 사는 인물로 엄마가 암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보는 아빠가 사는 정주로 내려가게 된다. 17살에 임신한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간 아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정주 기차역에서 처음으로 남 경사로 불리는 아빠를 만난다.

그리고 그 기차역에는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남자 주인공 유찬이 있었다. 유찬은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로 듣고 싶지 않아도 타인의 속마음이 들린다. 누가 자신의 집에 불을 냈는지 알고 있었으면서 그 사실을 덮은 남 경사에게 불편한 마음을 심어주는 지오에게 유찬은 호기심이 생긴다.

주인공들이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 소설로 혼자인 줄 알았던 그들 옆에는 꽤 많은 사람이 주변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란걸, 당신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려주는 것 같아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죽이고 싶은 아이》 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이꽃님 작가. 청소년 시기에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 쉽게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특유의 화법으로 만들어 낸 가슴 설레는 첫사랑 이야기이다. 가족에 관한 아픔이 있는 두 아이가 열일곱 여름 서로를 우연히 발견하고, 닫혔던 마음을 천천히 조금씩 열어 가며 앞으로 걸어가며 성장한다.

각박하고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여름날의 햇살처럼 잔잔하고 따스한 위로를 받으며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해 본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