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 모건/문학동네
앨리 모건/문학동네

 

유정재 사서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유정재 사서
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사서가 이런 일까지 하는 줄 몰랐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지만 어떠한 사물에 대해 보편적인 생각이나 고착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도서관이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크게 다르지 않은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역 도서관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어떨까?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까? 그것은 누구나 모든 정보, 자료, 모든 형태의 지적 재료에 동등하게, 비용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때일 것이다. 그 불가능에 가까운 먼 미래까지 도서관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지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속할 것이다. 도서관은 지식 저장소이자 생산자이다. 도서관은 지역의 심장이며 필수불가결한 존재 그 자체이다. 

이 책은 에세이 같으면서도 에세이가 아니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드라마이다. 껄끄러운 노숙자, 문제 청소년, 자기밖에 모르는 노인, 장애인의 돌발행동, 영유아, 깐깐한 신세대 엄마들과의 드라마가 매일 도서관 안팎으로 벌어진다. 생각보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공존하는 도서관에서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서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 언론과 전 세계 독서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개인의 어느 SNS 한켠에서 칼럼으로 다루어졌던 이야기가 이렇게 멋진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도서관에는 생애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익숙함 내지 친근함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에 공공도서관에 생전 처음 가본다 하더라도, 그곳의 기본적인 사항은 익히 다 예상할 수 있으니까. 고정불변이 주는 편안함이 분명 있다. 더군다나 그게 공짜라면.” 172-173p.

꽃꽂이, 외국어, 미술, 코딩, 글쓰기, 부모교육 등의 다양한 강좌 듣기, 더위와 추위를 피해 편히 쉬기, 문서작업과 프린터 사용, 간단한 업무 보기 그리고 독서 등등 이 모든 것이 무료로 가능한 곳이 있다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유일무이하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이미 수십 년 전 도서관의 모습이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열려있는 도서관은 종합문화복지시설이며 주민을 위해 훌륭한, 더 나아가 커뮤니티를 위한 산소호흡기와 같은 곳이다. 이런 주민들과의 최접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느 사서의 경험을 유쾌하게 그려낸 감동 에세이가 바로 이 도서이다.

도서관을 이용한 적 없는 사람 대부분이 도서관의 활용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 지역주민 누구나 회원증만 있다면 무료로 책을 대여하고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 우리는 그곳의 개방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삭막하리만큼 책 저장고에 불과할 수 있던 곳을 반짝이는 보물창고로 만든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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