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이 무엇을 보여주고
먹고 즐기며 배우는 공간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광섭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
이광섭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

지난 1월 18일과 19일 이틀간 평택문화원 부설 평택학연구소가 주관한 강원도 원주와 평창 일대 역사문화탐방 워크숍이 있어 참가했다. 첫날은 원주 법천사지와 박물관, 강원감영과 평창 이효석문학관을 탐방했다.

원주 법천사지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명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법천사는 신라 성덕왕(725년)에 창건해 법고사로 불렀다. 고려 문종 때 지광 국사가 머물면서 큰 사찰의 규모를 갖췄다. 지리적으로 중앙정부와의 연결이 용이했고, 중국으로부터 선진 불교사상을 수용하기에 적합했던 법천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넓게 펼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 당시 모두 불타 폐사지가 됐으나, 2001년부터 15년 동안 10여 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은 법천사지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강원감영을 거쳐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이효석문학관으로 이동했다. 2002년에 개관한 문학관은 소설가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현지 문화관광해설사는 이효석의 어린 시절 모습과 그의 일생 그리고 소설 속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해설해 우리 일행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지역은 메밀을 테마로 하는 각종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해 매년 9월 효석문화제 기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메밀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둘째 날 탐방 일정은 오대산 월정사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월정사 성보박물관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역사를 기록하고 후대에 전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노력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은 왕실의 기록물을 한양의 춘추관사고, 정족산사고, 태백산사고, 적상산사고, 오대산사고에 나누어 보관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기며 왕실 기록물 또한 흩어지거나 소실됐고, 오대산사고에 보관됐던 실록과 의궤는 일본으로 반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머물던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100여 년 만인 2023년 11월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고, 박물관이 들어섰다.

실록박물관 옆에 새롭게 자리 잡은 월정사 성보박물관은 역사실, 성보관, 적멸보궁실, 석조보살실 등 강원지역의 성스러운 보물이 가득한 곳이다. 상원사 중창권선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사리장엄구,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과 복장유물 등 다채로운 유물이 전시돼 불교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강원도 첩첩산중에 연꽃처럼 다섯 봉우리가 펼쳐진 오대산은 묵직한 감탄을 자아내는 자연으로, 월정사는 오랫동안 성스럽고 청정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신비로운 자연에서 비롯된 불교 이야기는 이곳 오대산 깊은 산속으로 다양한 염원을 가진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불교는 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문화를 피워냈다는 탄허 스님이 쓴 ‘화리생련火裏生蓮’ 불 속에서 핀 연꽃이란 글귀가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번 역사문화탐방은 평택이 무엇을 보여주고, 먹고 즐기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기회가 됐다. 이 일정을 준비한 평택학연구소 관계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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