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현장 단체·예술인·시민이
함께 소통했을 때 비로소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2023년, 집결지 공간에 큰 변화는 없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그 공간에 관심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체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며, 해당 공간을 기억하는 활동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관심을 이어주는 매개도, 공간 기억을 위한 그 어떤 장치도 없었다. 오직 도시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진 계획이다.

필자는 늦은 저녁에 진행하는 아웃리치활동 중 많은 성 구매자가 집결지 안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매번 본다. 차를 타고 진입해 집결지를 돌아다니는 성 구매자들도 보는데, 많은 차량이 집결지 내 좁은 골목을 오가다 보니 필자 역시 가다 서다 보행이 원활하지 못하고,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도 종종 있다. 즉 매우 많은 성 구매자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매번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2023년, 경찰은 한결같이 집결지 내 여성들을 표적으로 하는 위장단속만 진행했다. ‘성 구매자들의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성매매집결지 폐쇄, 곧 성매매 근절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는 형국이다. 수요 차단을 위한 단속 방식에 대한 고민도, 연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성매매집결지인 전주시 선미촌 폐쇄 과정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문화재생, ‘현장시청’ 설치, 아카이브 전시 등 도시개발이 아닌 성 착취 공간을 성평등한 공간으로 변화를 위한 활동이 중심이 된 과정이었다. 전주시는 집결지 내 몇 업소를 매입하여 현장 단체들과 예술인들이 그 안에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내용을 채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빌딩을 짓거나 주차장을 만드는 등 도시개발에 치중하지 않고도 집결지를 폐쇄할 수 있었고, 이는 다른 지역의 집결지 폐쇄에 중요한 롤 모델이 되었다.

2023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평택 ‘삼리’ 입구 쪽 두 건물에서 전시가 진행되었다. 특히 실제로 업소로 사용했던 건물을 개방해 진행된 전시를 통해 내부 구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공간이 어떤 역사가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공간이 생성되었고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설명하는 장치는 없어 아쉬웠다. 이번 전시는 평택시에서 지원한 것이 아닌, 집결지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민간사업자가 진행했다. 언뜻 보면, 전주시 선미촌 폐쇄 과정 중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진행되었던 전시를 참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시민은 물론, 평택 내 현장 단체나 활동가들 간의 소통이 없었던 이번 전시는 결국 알맹이 없는 작품으로 오히려 집결지 공간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낳아 부정적인 통념을 만들어 낼 여지가 있음에 우려되었다.

집결지 공간의 변화, 2024년엔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사실 필자는 회의적이다. 평택시는 시민, 현장 단체와 소통하지 않고 있다. 그저 민간개발사업자가 속히 선정되어 똑같이 찍어낸 건물, 주차장, 공원 등이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리’라는 공간은 인권유린이 묵인된 성 착취 현장이다. 안 보이게 덮는다고 과거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다양한 방식의 도시재생계획이 시급하다. 공간의 역사와 앞으로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해 행정, 현장단체, 예술인, 시민이 함께 소통했을 때 비로소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