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가 언어로서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이 필요하다

김윤숙 사무국장평택시수어통역센터
김윤숙 사무국장
평택시수어통역센터

2016년 2월 3일, 전국의 농인에게도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기원하는 설렘이 있었다. 2011년부터 4년간의 결실로 농인의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받고 한국수화언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 마련, 농인과 한국수화언어 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됐다. 올해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수어와 다양한 문화의 포용’이라는 주제로 ‘제4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을 진행해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다른 고유의 언어임을 강조하고 수어의 문화적인 측면을 제시했다. 

최근 ‘반짝이는 워터멜론’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농인과 농인 부모의 자녀를 뜻하는 코다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줘 농문화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코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는 농인과 관련된 문화적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음을 방증하며, 수어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은 농인의 문화와 삶을 모두 이해한다고 볼 수 없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정작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주인공의 손은 보이지 않아 농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언어는 문화적 산물인 동시에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반영한다. 청인 중심으로 제작한 드라마는 수어가 한국 사회에서 언어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수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농인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현주소, 한국수화언어법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사점이 내포된 듯하다. 따라서 수어가 언어로서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이 필요하다.

수어는 시각 언어이다. 수어가 예술 창작에 활용될 때 독특한 언어적 특징들이 발견되는데 수어 VV(Visual Vernacular)와 수어 시는 반복, 대칭, 신종, 혼성어와 같은 언어적 특징들이 존재한다. 이는 농인들의 시각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수어 문학의 예술성을 높이게 된다. 

수어 문학을 정의할 때 ‘농문화로서의 농인 예술의 전형’은 청각적 요소가 필요 없는 수어 콩트, 수어 연극 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이야말로 농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분야라고 여긴다. 그러나 농인의 음악 행위는 청각적인 실체를 시각적인 실체로 번역하는데 제한되지 않는다. 수어를 사용하여 청각적 음악을 표현하기보다 수어 언어 행위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수어 노래가 어린이집 재롱잔치에서 아이들이 수어 노래를 하면 귀엽고 예쁘지만 하나의 율동이 아닌 수어 문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언어의 가치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농인들의 생활 속 이야기를 수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은 또 다른 언어 능통자로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은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인 2월 3일을 기념해 2021년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설렘이 희망에 그치지 않고 수어 문학의 독특한 예술표현을 존중하며 수어가 언어로서 가치를 높이는 사회가 곧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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