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두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빚어졌으니
사람 사는 모양새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유영희 시인
유영희 시인

오펜바흐가 작곡한 쟈클린의 눈물을 들으며 만두를 빚는다. 요절한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피레를 그리워하듯 세우細雨의 겨울비가 내리고, 만두피에 속을 꽉 눌러 채워 피 가장자리를 매끈하게 붙인다. 만두를 빚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의외로 많다. 기호에 따라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로 나뉘는데 두 가지를 다 배합해 김치고기만두를 준비했다. 기본재료로 돼지고기 다짐육, 물기를 짜서 잘게 다진 묵은지 김치와 두부, 당면, 부추, 숙주에 세세한 각종 양념으로 맛있는 속을 만든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한가득 담긴 만두소가 매우 흡족해 큰며느리로 살아온 내공의 큰손이 맞는 것 같다.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 전통시장을 찾아 장을 보았다. 난전의 야채들처럼 푸른 생기 가득한 활기 넘치는 시장 모습에 장보기가 즐겁다. 수제 즉석 김구이 수레 앞과 씨앗 호떡집은 그야말로 불난 듯 문전성시다. 원하는 물건 앞에서 고르고 흥정하는 모습만 보아도 북적북적 사람살이가 회복되고 있어 마음이 들뜨고 기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든 양손이 하나도 무겁지가 않다.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손길과 마음은 이렇게 즐거운 일인가 보다.

만두를 빚으며 여기저기 줄 곳을 생각한다. 자매가 많고 또 특별한 지인에게도 나눔을 하고 싶어 대량을 준비했지만, 찜기에 쪄내어 채반에 식힌 만두를 봉지에 담아 갈라놓으니 그 수가 성에 차지 않는다. 주고 싶은 대상이 자꾸 늘어나 걸리는 것이다.

빚는 일도 시간이 상당하여 조금 지친 참에 손 빠른 동생과 함께하니 금방 끝이 보였다. 종일 날이 흐리다 비가 와서 만두전골로 저녁을 준비했다. 알배기 배추를 시원하게 넣고 표고와 느타리, 숙주, 참나물을 냄비에 안치고 빚어낸 만두를 올려 육수를 붓고 끓이니 보글보글 끓는 모양새가 아주 그럴싸하니 좋았다. 끓는 전골과 갓 쪄낸 탱글탱글한 만두 한 접시와 명절에 먹을 신선한 겉절이로 차려진 식탁에 앉으니 모두 미소가 벙글거린다. 처음해 본 전골이 담백하고 건강 음식이라 명절날 손님맞이 음식으로 손색이 없겠다.

마트의 냉동식품 만두코너를 보면 다양한 종류의 만두가 진열되어 있다. 알만한 대기업들이 만두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건 여전히 수요불변의 인기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본연의 기존 만두에 속 재료의 다양성을 지속적 연구 개발하여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기업 간의 경쟁은 기업이윤과 고객 만족을 위한 정당한 일이라 생각한다.

만두의 역사를 나무위키로 보니 메소포타미아, 중국, 제갈량, 장중원 기원설이 있다. 종류는 한국,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일본, 베트남, 네팔, 인도를 비롯하여 많기도 한데 특히 중국과 같은 나라는 지역적으로 더 알려진 종류가 많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교자較子라 부르고 소의 종류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세분화되어 있고 한국은 밀가루 피에 여러 소를 넣고 빚으면 모두 만두라고 부른다. 요즘은 만두의 총칭을 정리하는 중화요리 딤섬 음식점이 새로운 맛집으로 인기를 끈다. 아직 먹어본 적은 없지만, 후기를 들으니 내 토종 입맛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포장하여 얼린 만두를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별건 아니지만 만두 선물을 받고 좋아할 얼굴이 떠올라 흐뭇하다. 여러 가지 각양의 다른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두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빚어졌으니 사람 사는 모양새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 화합하고 융화되며 적어도 해害를 끼치는 일이 없는 정겨운 담소 나누는 설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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