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기밀’ ‘국가 안보’는
‘시민의 안전’ ‘모두의 안전’을
우선할 수 없다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F-16 전투기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대한민국 공군은 물론이고 미 공군 등 20여 개국이 운용하고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전투기다. 하지만 개체가 많은 만큼 추락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투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F-16 전투기의 경우 1993년 이후 지금까지 14차례 추락했다. 2년에 한 번꼴로 추락한 셈이다. 이 가운데 79% 11차례가 엔진 관련 사고였다. 주한미군 F-16 전투기의 사고도 최근 사례만 2023년 5월과 12월, 2024년 1월까지 3차례나 일어났다. 2023년 5월 추락사고는 평택 노와리에, 12월에는 군산 직도에, 올해 1월에는 충남 서산에 추락했다.

5월 평택 노와리에 추락한 F-16 전투기 사고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사고 조사를 위해 장기간 현장을 통제하고, 전투기 추락 파편이 주변에 흩어지면서 9만 9174여㎡(3만여 평) 규모의 농지에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주민 32명은 ‘국가배상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1월 몇몇 가구가 배상 심의 결정통지서를 받았다. 이번 배상 결정통지를 받은 대상자는 밭작물 피해 주민들로, 해당 농지 피해액의 50%만 인정됐다. 아직 결정통지서를 받지 못한 주민들은 밭작물 피해 주민들의 피해 인정액 비율을 보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 피해가 있음에도 주한미군은 사고 원인을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사고와 관련해서도 주한미군은 “안전조사위원회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행해 향후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할 것”이라고만 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평택 노와리 추락 사고에 대해서는 “안전조사가 마무리됐다”고만 했을 뿐, “조사 결과 보고서의 세부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을 것”(동아일보 2024년 2월 2일 자)이라고 밝혔다. ‘군사 기밀’ 혹은 ‘국가 안보’라는 명목 때문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도 미군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듯 당당한 모습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반복된 사고를 막지 못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미군 관련 사고에는 ‘군사’ 분야 자체가 가지는 비밀스러움,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사고 관련한 정보를 굳이 캐묻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부적절한 요청임을 주입하기도 해, 반복된 주한미군 관련한 사고는 감시되지도, 측정되지도, 예방되지도 않으며 사후 지원도 무척 더디며 그 지원도 미미하다.

그럼에도 평택시는 지난 8월 시민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평택시 주한미군 주둔 등으로 인한 피해지역 및 피해주민 지원조례’를 발의했다. 이를 근거로 평택시는 5월에 있었던 평택 노와리 주한미군 F-16 전투기 추락사고에 대해 미군 측의 안전조사 결과를 청취하고 주민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또한 미군은 다시 한번 사고에 대해 평택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평택시에 안전조사 결과를 알려 앞으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 ‘군사 기밀’ ‘국가 안보’는 ‘시민의 안전’ ‘모두의 안전’을 우선할 수 없다. 평택시민의 안전을 위해 평택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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