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생명을 돕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정신이라는 것을
방생을 통해 깊이 되뇌어 본다

권혁찬 전 회장평택문인협회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봄눈이 녹아내리면서 강물이 불어나기 시작하여 제법 풍만한 봄이 다가오는 듯하다. 때 늦은 폭설로 온 천지가 하얗게 젖어 드는가 싶더니 이내 녹아내리면서 도로의 사정은 나아진 듯하지만, 곳곳에 불미스러운 교통사고 소식도 들리곤 한다. 한 절기가 넘어가면서 심술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긴 겨울의 아집을 봄에 내어 주자니 아쉽기도 하여 꽃샘추위처럼 앙탈 중 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절기 우수까지 지났으니 이제 조만간 개구리 입이 떨어진다는 경칩이 다가온다. 갯가엔 버들가지가 기지개를 키며 손짓할 것이고, 노란 얼굴로 다시 찾아올 개나리가 방끗 웃을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양지쪽 눈들이 녹아내린 걸 보면 봄의 문턱은 확실하게 넘어선 느낌이 완연하다.

희끗희끗 응달 산자락에만 하얀 눈들이 속속 박혀있어 아직 실감이 덜 나기는 하지만, 강 언저리에서 방생 행사를 하는 행렬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봄이 분명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어느 날을 기해 영생을 기원하는 방생 행사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선가 꽤 많은 일행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강가로 운집해서는 준비해 온 물고기를 강에 풀어 주며 소원을 비는 듯했다.

과연 무엇을 빌고, 어떠한 축원을 하고, 누구를 위해 기원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지켜보고 있다. 물고기를 위한 방생 기원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영화를 기원하기 위한 방생일까 하는 질문에 나 자신도 참 난해하다. 방생을 위하여 잡아들고 온 물고기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여정이 아닐 수 없었을 것 같다. 그 물고기를 들고 강가를 찾아오는 동안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왔을까가 참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하여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본다.

아마도 이 물고기를 자유롭게 놓아주면서 저 멀리 더 넓은 곳으로 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했을 것이고, 아울러 나의 모든 시름이나 근심거리도 함께 가지고 가 저 멀리 던져버리라고 너를 자유롭게 했을 것 같다. 과연 그 물고기가 우리 인간의 속내를 알고 있을까 의문이다.

풀려난 고기들이 놀라듯 파닥거리며 달음질치듯 사라진다. 물설고 낯선 환경에 갑자기 내동댕이쳐지는 저들의 입장을 우리는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조용히 묻는다. 분명 우리 인간끼리 이야기지만, 물고기의 입장보다는 나 스스로의 입장이 거의 다일 것이다.

어쩌면 허울 좋은 방생 행사이지만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생명을 볼모로 사용한다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생겨난 방생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라리 물고기 밥을 풍족히 던져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달라 기원함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풍요 속에 잘 살아갈 때 우리 인류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를 잊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진실한 마음을 담은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다시 복이 되어 돌아오는 세상의 이치로 허욕의 방생이 아닌 자비의 방생이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봄철 곳곳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방생 행사처럼 하늘이 내려 준 이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도 행복한 세상 속으로 방생되기를 기원해 본다. 생명이 생명을 돕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정신이라는 것을 방생을 통해 깊이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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