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정부의 밥그릇 싸움에
우리의 공공의료를
빼앗겨야 하겠는가

김기홍 위원장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전공의 파업이 일주일 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무조건 2000명 의대 입학생 증원’ 안을 강행하고 있고, 전공의들은 전면파업으로 맞서는 중이다. 전공의들도 노동자이고 따라서 파업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이번 요구는 정당하지 않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2022년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22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2)’에서조차 한국은 의사 수를 늘리라고 권고할 정도다.

물론 사회적 문제가 된 필수 의료나 지역의료 분야의 의사 수 부족은 절대적으로 의사 수 부족에만 그 원인이 있지 않다. 의사 분배와 배치도 문제가 되고, 의료취약지역은 의료만 취약하지 않으며 ‘지역 소멸’ 문제를 낳은 다른 생활 여건도 평등하지 않다. 이 책임을 당연히 의사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모두를 고려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전체 의사 숫자를 늘리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전공의들의 파업은 명분이 없다.

의료취약지 해결과 필수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핵심 문제인 공공의대 설립이나 공공의료 강화와 같은 알맹이는 빠진 채 의사 숫자만 늘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의대 증원 안이 의료 취약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확보하고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안은 이를 해결할 정책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취약지역에는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인력과 시설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의사들을 이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취약지역에 아예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취약지에는 민간의료기관이 생길 수 없다. 또 현재와 같은 고비용 훈련 과정을 마친 의사들은 의무 복무를 시키지 않은 한 취약지에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지역의료, 필수 의료가 붕괴 직전에까지 다다른 이유는 단지 의사 숫자에만 있지는 않다. 2022년 말 기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전체 의료기관 병상수 대비 공공병원 병상수 비중 평균이 7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8.8%에 불과하다. 의료 공급을 시장에 맡겨놓고 정부가 이를 방임한 결과, 미용성형에 너무 많은 의사가 몰리고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가 두드러지는 것에 반해, 한편에서는 응급의료 뺑뺑이, 필수의료 전공의 미달 사태 등이 동시에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공공적 의사 증원 방안이 빠진 철저히 시장 방임적 의사 증원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공의료와는 거리가 먼 윤석열 정부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결과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의대 정원 문제를 흡사 ‘꽃놀이패’ 즐기듯 하고 있다. 선거라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를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공공의료를 강화할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을 내놓도록 요구해야 한다. 의사와 정부의 밥그릇 싸움에 우리의 공공의료를 빼앗겨야 하겠는가?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