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호/낮은산
장일호/낮은산

 

유미아시민도서선정단
유미아
시민도서선정단

평택시는 매년 ‘평택, 책을 택하다’ 사업을 통해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은 평택 시민 누구나 함께 읽고 토론하거나 저자의 강연을 듣기도 하면서 지역민이 하나가 되는 문화적 체험을 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올해의 책을 선정할 때는 그 기준이 나의 삶을 성찰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웃과 공동체, 사회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내용으로 확장돼야 한다.

2024년 일반부문 올해의 책으로 장일호의 에세이 <슬픔의 방문>이 선정되었는데 선정기준에 찰떡같이 들어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손바닥 크기의 작은 판형에 두께도 얇아서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책을 펼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짧고 힘 있는 전달력 강한 문장으로 쓰여 있어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그 끝에 가닿아 있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게 된다.

<슬픔의 방문>의 미덕은 쉽게 읽히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어떤 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깊고, 긴 생각을 하게 한다. 자전적 에세이라서 작가 개인이 살면서 마주한 슬픔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시사 잡지 기자로 살아온 십여 년 세월이 녹아있어서인지 그 이야기가 확장되어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돌아온다. 

그 때문에 <슬픔의 방문>에는 평택 시민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만한 다양한 주제들이 있다. 가난의 문제, 여성 문제, 노동 문제, 가족 구성의 문제, 죽음의 문제 등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삶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담겨 있다. 또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이 되고자 하고,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고자 노력하는 작가의 자세에서 배울 점이 크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늘 책 앞에 선 사람이고, 그 안에서 퍼 올린 값진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작가가 만난 책 한 권 한 권이 빛나는 진주라면 <슬픔의 방문>은 그것들을 꿰어서 엮은 진주 목걸이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통해 계속해서 나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독자로서 큰 행운이다.

그래서인지 <슬픔의 방문>은 시민선정단이 되어서 한 책을 선정하기 위해 맨 처음으로 읽었는데도 마지막 투표까지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책이었고, 꼭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길 바라던 책이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은 시민 도서 선정단 활동에 참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책을 읽는 일 자체가 버거운 일이었지만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일에 참여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책을 다 읽었을 때 느낀 성취감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게다가 후보 도서 가운데 스스로라면 절대 찾아 읽지 않을 만한 책도 있어서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었기에 더욱 좋았다. 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울 점도 많은 시간이었다. 2024년, 평택 시민 모두가 <슬픔의 방문>을 읽고,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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