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복원을 위한
‘국정원법’ 개정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지난 3월 7일, V-Dem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에서 민주주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았다. 한국은 ‘민주화 진전이 끝난 후 5년 이내에 독재화가 진행되는 케이스’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성평등에 대한 공격, 전임 정권과 야당을 향한 강압 조치, 언론 자유 훼손을 그 근거를 들었다.

비단 민주주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도 독재화를 실감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말만해도 ‘입틀막’을 당하고 ‘김건희 특별법’에서 ‘여사’를 뺐다고 방송을 제재하고 ‘1’을 파란색으로 썼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되는 정권이다 보니 보고서의 내용이 그리 낯설지도, 놀랍지도 않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또 기겁할 발표를 한다. 바로 ‘대공수사권’을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첩보, 간첩의 문제는 경찰이나 검찰이 감당하기 어렵다” “종북세력에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어주고 있다”며 총선 승리 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공수사권은 2020년 12월 경찰로 이관되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정보원이 댓글부대를 만들어 선거에 불법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이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2017년 국정원은 개혁발전위원회까지 만들어 진상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국내 정보 수집과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겼다. 3년 뒤인 2020년 말이 되어서야 국민의힘이 퇴장한 채 간신히 ‘국정원법’이 개정됐지만,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건 3년 더 미뤄졌다. 대공수사권 이관하는 해가 바로 올해 1월 1일이었다. 그런데 다시 대공수사권을 복원하겠다고 주장한다.

2020년 ‘국정원법’ 개정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와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지난한 사회적 논의와 여야 합의를 통해 경찰로 이관한 것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다. 한 위원장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드러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부인하는 것이자,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인권침해를 용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종북 프레임을 다시 가지고 와, 선거를 위한 공략으로 반대 진영을 공격하고, 그 수단으로 국정원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역사적으로 대공수사를 구실로 수많은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했다. 또한 정권에 부역하고 정치에 개입해 왔던 국정원은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그 권한을 남용해 온 과오가 있다.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은 물론 정치 개입 등의 목적으로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억울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국가보안법’에 의한 자의적 처벌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기도 했다. 국정원에 다시금 대공수사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리고 인권침해와 부정부패를 불러오겠다는 뜻이다. 과거로의 회귀는 안 된다. 대공수사권 복원을 위한 ‘국정원법’ 개정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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