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이/사계절
소복이/사계절

 

노수영 시민도서선정단
노수영 시민도서선정단

2008년부터 시작된 평택시의 대표 시민독서운동인 ‘평택, 책을 택하다’. 동네 작은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한 게 10년이 넘었는데 이 운동에 대해 인지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데 일반시민들, 아니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지난해 여름쯤이었다. 평소 도서관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던 터라 굉장히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가을 즈음, <시민도서선정단 모집> 홍보 문자를 받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정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선정단은 일반, 청소년, 어린이 등 3개 부문으로 모집되었는데 그중 어린이 부문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평택시민들이 추천한 도서 중 46권의 어린이책이 후보 도서로 올라왔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책을 읽고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시 큰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후회는 잠시, 그동안 몰랐던 좋은 책들을 접하니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46권의 어린이책 후보 도서 중 ‘올해의 책’ 한 권, ‘함께 읽는 책’ 두 권을 선정해야 했다. 부담감을 덜기 위해 그림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에 너무 강하게 와닿아 놓을 수 없는 책이 한 권 있었다. 가슴에 품고 놓고 싶지 않은 책, 누구나 따듯하게 안아줄 것 같은 책, 남녀노소 불문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 바로 소복이 작가의 그림책 <왜 우니?>이다. 

소복이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을 ‘눈물전문가’라 말했다. 처음 연인과 헤어지면서 2년을 울었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2년을 울었다고 한다. 많이 울었던 경험으로 작가는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고 그렇게 <왜 우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림책의 앞표지는 연한 파란색 바탕에 비가 쏟아지고 있고, 그 사이사이 반짝이는 빗방울이 인상적이다. <왜 우니?>라는 책 제목과 울상인 남자아이가 어우러져 빗방울은 자연스럽게 눈물을 연상케 한다. 우산을 받쳐 들고 있는 검정고양이가 묻는다. “왜 우니?”

왜 우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여 책을 펼쳐 보았다. 그림책 속에는 눈물에 얽힌 스물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우는 대상도, 그 이유도 다양하다. 어쩌면 너무나 사소하고 소소한 사연인데 이유를 물어봐 주는 순간, 큰 위로가 되어 마음이 치유됨을 느낄 수 있다. 

우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 주어서 고맙다.

공감받지 못할까 봐 혼자 속으로 삼켜 둔 이유를 물어봐 주어서 고맙다.

가슴 한켠에 묻어둔 슬픔에 대해 말할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여러 이유로 눈물을 참고 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

무심한 듯 다정한 한 마디 ‘왜 우니?’ 짧은 문장과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그려 낸 눈물 이야기. 어떠한 위로의 말도 없이 이유를 묻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 ‘왜 우니?’. 2024년 한 해 동안 평택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따뜻한 그림책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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