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여
최저임금 선에 있는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홍 위원장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지난 3년여 동안 노동시장의 가장 주요한 변화는 실질임금의 감소다. 실질임금이란 명목임금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한 것이다. 즉, 물가가 상승한 것을 감안했을 때 임금의 실제 가치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국제임금통계를 보여주는 ILO 국제노동기구의 ‘2023 임금보고서’가 지난 2023년 11월 발표되었다. ILO에 따르면 이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지난 2022년 세계 노동시장에서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이 수치가 놀라운 이유는 세계를 뒤흔들었던 지난 2008~2009년의 금융위기 때조차도 세계 실질임금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22년은 세계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OECD 경제협력기구는 지난 3월 발표한 ‘임금회보’에서 지난 2023년 3분기의 실질 임금 추세는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OECD 전체로는 약 3%가량의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명목상으로는 2015년 이후, 특히 2017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급격하게 상승했다. 2015~2020년간의 누적 최저임금 명목 상승률은 45.9%에 달한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도 거의 비슷한 추세로 상승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의 최저임금 실질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실질 최저임금은 3.2%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도 실질 최저임금이 크게 하락했다. 실질 임금이 하락했다는 것은 실소득이 줄어들어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적으로 ILO와 OECD의 최신 임금보고서를 기초로 지난 2020년 이후의 실질 임금 추이를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실질임금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윤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아래에서 기업 이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은 당연한 현상이다. 즉, 임금 소득 이외에 자산 소득에 있어 빈부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2020년 이후 실질임금 감소 현상이 관찰되지만, 대부분의 신흥경제 국가들에서는 이미 2016년을 전후한 시기에 실질임금 감소 추세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신흥시장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부분을 이르는 ‘약한 고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신흥국가의 노동시장에서의 실질임금 감소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봉책으로 잠시 잠재워 놓았던 글로벌 경제체제의 내부적 모순이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라는 계기를 통해 발현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위의 분석 결과로 봤을 때,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세계 경제 침체에 더 큰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에,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올해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여 최저임금 선에 있는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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